[FA컵]2부리그 부천은 어떻게 2년연속 전북을 이겼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4-19 21:49



부천FC 센터백 고명석이 전북 에두를 막아서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앞으로 전북은 FA컵에서 부천을 만나지 않아야 할 것같다."

19일 오후 3시 전주종합경기장에서 펼쳐진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전북 현대와 K리그 챌린지(2부리그)부천FC와의 32강전은 대혈투였다. 120분의 연장 접전,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 혈투끝에 부천이 4대2로 이겼다. '패장' 최강희 전북 감독의 일성은 "부천을 만나고 싶지 않다"였다. 9개월만에 거짓말같은 악몽이 재현됐다.

지난해 7월 FA컵 8강, 전북은 안방 '전주성'에서 부천에게 2대3으로 역전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서울과의 리그경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등을 앞두고 1.5군을 내보냈다가 일격을 당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안 삼았지만, 투혼의 부천이 전북을 이긴 '반전' 매치는 축구 팬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됐다.

19일 부천과의 FA컵 리턴매치, 최 감독은 베스트 멤버를 풀가동했다. 6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4골을 책임진 공격수 에델, 에두, 김신욱을 비롯 김보경, 신형민, 김진수, 이용, 최철순 등을 내보냈다. 베테랑 조성환도 가세했다. 정갑석 부천 감독이 혀를 내둘렀다. "전북 베스트 멤버가 다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전북은 대단한 팀이다. 승패를 떠나서 얻는 게 많은 경기다. 좋은 플레이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싶다. 전북에 배우는 자세로 준비했다"며 애써 발톱을 숨겼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한 올시즌 전북 선수들의 '더블(리그+FA컵 우승)' 꿈은 간절했다. 최 감독은 총력전을 결행했다. "주말 포항전을 앞두고 베스트를 아낄까 생각했는데 선수들의 출전의지가 워낙 강했다. 말릴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않으면서 FA컵에 대한 선수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전반전 전북의 창과 부천의 방패가 맞섰다. 부천은 전반부터 전북의 '닥공'에 맞서 극강의 질식수비를 선보였다. 전북 유스 출신 공격수 김신과 외국인선수 파다예프를 제외한 8명이 박스안에 내려섰다. 전북은 부천의 방패를 좀처럼 뚫어내지 못했다. 전반 28분 김진수의 코너킥에 이은 에델의 날카로운 헤딩슈팅이 옆그물에 걸렸다. 전반 36분 김신욱이 머리로 떨궈준 볼을 에두가 노려찼으나 크로스바를 넘겼다. 0-0으로 전반을 마쳤다. 선제골이 빨리 터지지 않으면서 전북이 다급해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부천은 숨겼던 발톱을 드러냈다. 지난해 전북전 결승골의 주인공 바그닝요와 재일교포 공격수 진창수를 투입, 승부수를 띄웠다. '최투지' 최철순이 바그닝요를 밀착 마크했다. 후반 6분 부천의 역습은 날카로웠다. 1대1 찬스를 맞았다. 진창수의 날선 슈팅을 홍정남이 가까스로 막아냈다. 후반 11분 문전혼전 과정에서 전북 김보경의 슈팅이 살짝 떴다. 후반 27분 김신욱이 헤딩 패스에 이은 에두의 오른발 슈팅이 또다시 빗나갔다. 후반 29분 김진수의 크로스에 이은 김신욱의 헤더가 골문을 벗어났다. 결국 90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부천의 '선수비 후역습' 전략은 계속됐다. 연장 전반 종료직전 최강희 감독이 마지막 승부수까지 빼들었다. '대박이아빠' 이동국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2라운드 수원전 부상 이후 한달여만의 컴백이었다. 연장 후반 13분 최철순의 스루패스에 이은 김진수의 '회심'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겼다. 골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120분의 전쟁후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전북 골키퍼 홍정남과 부천 골키퍼 류원우의 마지막 전쟁이 시작됐다. 부천 제1커커 닐손 주니어와 전북의 제1키커 이동국이 나란히 골망을 흔들었다. 부천의 제2키커 바그닝요, 전북의 제2키커 김보경도 깔끔하게 성공했다. 부천 3번 키커 진창수의 실축으로 기회가 왔지만 전북의 3번 키커 김진수 역시 실축했다. 부천 4번 키커 임동혁은 성공했지만 전북 정혁이 실축했다. 부천의 마지막 키커 김영남이 골망을 흔들며 부천이 전북을 승부차기 4대2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이번엔 전북의 '베스트 멤버'를 상대로 승리했다. 부천의 이변, 전북의 악몽이 또 한번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축구공은 둥글다. 약팀이 강팀을,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을 꺾는 FA컵만의 반전이 올해도 일어났다. 2부리그 부천이 전북을 잡은 비결은 "한발 더, 한발 빨리"였다. 정갑석 부천 감독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전북은 쫓기는 입장이었고 우리는 부담없이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전북은 강한 팀이고 대처 능력이 뛰어난 팀이다. 그런 팀을 이기려면 템포, 패스 ,움직임을 더 빠르게 가져가지 않으면 안된다. 템포를 올린 부분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변이 반복되면 '천적', '징크스'가 된다. "부천이 2년 연속 전북에 이긴 것은 부천FC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생겼다. 내년에도 전북을 FA컵에서 만난다면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것같다"며 크게 웃었다.
전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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