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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기세가 무섭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광주, 인천, 대구 등을 모두 이겼다는 점이 더 의미있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지난해 9월 지휘봉을 잡았다. 강등권의 팀을 구해내기 위해 본인의 색깔을 내기 보다는 성적에 초점을 맞췄고, 잔류에 성공했다. 이번 겨울부터 본격적인 최 감독식 축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시즌에 들어가며 "11팀을 한번씩 상대하는 1스테이지까지는 밸런스를 맞추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내 축구를 펼치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 인천, 대구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최 감독은 "전술적으로 완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 인천, 대구 같은 팀들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광주, 인천, 대구는 K리그에서 도깨비팀으로 분류된다. 강팀을 상대로 심심치 않게 승점을 따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는 올 시즌 초반 3연승으로 잘나가던 제주와 만나 처음으로 승점을 가져왔고, 인천은 전북, 수원 등과 비겼다. 대구도 수원, 상주로부터 승점 1점을 얻었다.
포항은 그런 광주, 인천, 대구를 상대로 모두 승점 3점을 더했다. 변화를 택하지 않고, 포항만의 스타일로 이겼다. 포항의 전술적 완성도가 최 감독의 생갭다 훨씬 더 높다는 방증이다. 포지셔닝을 강조하는 포항은 상대의 변칙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최 감독 스스로 "올 시즌을 치르면서 지금까지 가장 힘든 승부"였다고 한 대구전에서도 마지막까지 양동현을 중심으로 한 공격축구의 기조를 잃지 않았다. 여기에 꾸준히 승점을 획득하며 자신감까지 더한 것은 또 다른 소득이다.
최 감독은 입버릇처럼 "오히려 제주, 전북, 서울을 만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더 까다롭다고 한 광주, 인천, 대구를 모두 넘은 만큼 최 감독의 말은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포항의 다음 리그 상대는 전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