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출장 마친 신태용 감독, '더하기' 대신 '빼기'만 있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3-12 11:05



출발은 '더하기'를 위해서였다.

신태용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은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마친 후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감독은 "70% 정도 팀이 완성이 됐다"며 "나머지를 채우기 위해 발품을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20세 이하 대표팀은 인재풀이 좁을 수 밖에 없다. 대학부터 고교 경기까지 지켜본 신 감독은 시선을 유럽으로 돌렸다. 신 감독은 올림픽대표 시절 박인혁(코페르) 최경록(장크파울리) 박정빈(호브로) 등 흙속의 진주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기용했다. 부상과 차출 문제로 최종예선과 본선까지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유럽에서 뛰고 있는 '음지'의 선수들을 찾아 선수 가용폭을 넓혔다.

이번에도 유럽에 기대를 걸었다. 좋은 선수를 찾는다면 스쿼드가 강해지고, 경쟁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소문만 듣고 선발할 수는 없는 법. 신 감독은 지난 달 24일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페인을 돌며 유럽에서 뛰는 유망주들을 직접 확인하러 나섰다. 그는 "주변에서 추천하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진짜 실력을 보려면 감독인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서 장트파울리에서 뛰는 이승원을 시작으로 벨기에 2부리그 AFC투비즈 소속의 이재건, 오스트리아 2부리그 SV호른의 수비수 김재우 등의 기량을 점검했다.

하지만 결론은 '빼기'였다. 신 감독이 갖고 있던 리스트에서 이들의 이름을 제외하기로 했다. 신 감독은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이어 "이승원은 투쟁력이 떨어지고, 이재건은 실력도 부족해보인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 삼총사 중 하나인 장결희 역시 마찬가지다. 신 감독은 "장결희가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장결희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최종명단에 포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에서 장결희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표정이 매우 어두워 보였다"라며 "U-20 대표팀은 물론 소속팀에서도 힘들어하고 있다. 경기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줄 수도 있지만, 선수 한 명 때문에 팀 전체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 본선에는 부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함께 한 오스트리아 2부리그 SV호른의 수비수 김재우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 감독은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이번 4개국 대회에는 부르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가 기량을 확인한 선수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컨디션이 올라오면, 몸이 좋아졌다고 판단되면 그때가서 봐야한다"고 했다.

결국 유럽에서 진주를 찾지 못한 신 감독은 이승우 백승호, 두 바르셀로나 듀오를 중심으로 국내파 선수들 위주로 4개국 대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 듀오의 건재를 확인한 것은 이번 출장의 최대 소득이었다. 신 감독은 "이승우는 팀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구단의 유스팀 관계자와 4개국 대회 참가를 위한 스케쥴을 협의했다"고, "백승호도 아직 경기에 잘 나오지는 못하지만 구단에서는 좋은 선수로 평가를 받고 있고 출전 기회도 많이 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국내파의 경우 신 감독이 마지막으로 대학 무대를 점검한 뒤 엔트리를 꾸릴 예정이다. 포르투갈 전훈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수비진을 중심으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하기는 실패했지만 빼기도 리스트를 추릴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결국 정해진 자원을 중심으로 조직력 다지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신 감독이 요청한대로 조기 소집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럽 출장을 마치고 온 신 감독은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 중이다. 15일 조추첨 후 U-20 대표팀의 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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