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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리그 개막을 앞두고 각 구단 프런트와 감독들은 시즌 목표를 정하느라 머리를 싸맨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고충이 따른다. 목표를 어느 수준으로 잡고, 어떻게 공표하느냐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목표는 한 시즌 소망이자 꿈인데 받아들이는 팬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작용한다. 공연히 너무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가 달성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목표를 너무 소극적으로 잡아도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든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게 감독의 숙명이다. 그래서일까. 감독들이 '목표'에 대응하는 화법도 천태만상이다.
대표적인 현실직시형은 포항 최순호 감독이다. 지난해 시즌 도중 감독 교체의 진통을 겪은 포항은 하위그룹의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한때 K리그와 아시아를 호령했던 명가였기에 팬들의 눈높이는 웬만해서 낮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최 감독은 냉철하게 목표를 잡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도전은 내년 시즌에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2019년 시즌쯤에 K리그 우승을 노리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그런가 하면 전북 최강희 감독은 허허실실 작전으로 응수하는 케이스다. 전북은 올해 12개 구단 감독과 각종 축구매체 예상에서 우승 후보 1순위다. 몇 년째 '공공의 적'이 되었기 때문일까. 최 감독은 자세를 바짝 낮췄다. "올 시즌 목표는 상위그룹"이라고 말했다. 최강으로 꼽히는 전북이 상위그룹에 만족할 것이라 믿는 이는 거의 없다. 타 구단 관계자들은 "최 감독이 발톱을 감추고 소박한 꿈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적'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이같은 화법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계의 시선을 풀지 않았다.
울산의 신임 사령탑 김도훈 감독은 고객만족을 우선 선택했다. "우승을 목표로 향해 가야 한다." 우승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가져야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우승후보는 전북이다. 김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이나 현실적인 상황으로 볼 때 전북이 유력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우리 울산이 우승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놓고 우승을 말하자니 현실이 녹록지 않고 그렇다고 우승을 배제할 수도 없고…. 주변의 기대치가 높은 팀을 맡은 신임 감독의 딜레마다.
지난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수원 서정원 감독은 "우승 경쟁을 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팀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우승을 언급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수원의 현실 판단이다. 서 감독은 작년에 실추됐던 명예를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