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카카' 황진성, 강원의 '황금왼발' 꿈꾼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01-10 18:3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황카카' 황진성(33·강원)은 염기훈(34·수원 삼성)과 더불어 K리그서 왼발을 가장 잘 쓰는 선수 중 한 명으로 통한다. 뛰어난 킥력과 패스 지능, 세트플레이 수행 능력 등 뛰어난 활약으로 포항 시절 브라질 출신 스타 '카카'의 이름을 딴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 뒤에는 항상 부상을 잘 당하는 선수라는 의미의 '유리몸'이라는 달갑잖은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방황의 시작은 부상이었다. 2013년 포항이 K리그 정상을 향해 달려가던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황진성은 진단 결과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그대로 시즌아웃 됐다. 그해 포항은 김원일의 '극장골'로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황진성은 크게 웃지 못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었지만 돌아온 것은 '재계약 불가' 통보 뿐. 2003년 포항에 입단한 뒤 세운 '원클럽맨'이라는 꿈도 깨졌다. 반년 동안 재활에만 몰두하다 벨기에 2부리그 소속 AFC투비즈로 이적해 14경기서 3골-4도움을 기록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5년 여름 J2(2부리그) 교토 상가로 이적했지만 파지아노 오카야마로 임대 되는 등 일본 생활은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성남으로 이적했으나 또 한번의 부상으로 후반기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강원과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막판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으로 동점포를 쏘아 올렸지만 결국 성남은 강등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챌린지(2부리그)행을 준비하던 황진성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강원이었다. 황진성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플레이오프에서 골을 넣은 팀에 내가 이적할 줄 누가 알았겠나"라며 "승강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얼마 안된 시점에서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노(No)'라고 했다. 그게 순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제의를 받았을 땐 구단 상황이 궁금했다. 예전에 강원이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던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모습이 달라졌고 최윤겸 감독님도 나를 원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뒤 결심이 섰다"고 이적 배경을 밝혔다.

더 큰 놀라움은 강원 이적 이후였다. 포항 시절 발을 맞췄던 오범석(33) 박선주(24) 문창진(24)이 차례로 강원 유니폼을 입었다. 황진성은 "팀에 합류한 뒤 아는 선수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웃음)"며 "포항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이 돌고 돌아 여기(강원)에서 만났다. 새롭게 발을 맞추게 됐는데 재미있을 듯 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폭풍영입'을 앞세운 강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린다. 많은 선수를 영입한 게 조직력 붕괴라는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하지만 황진성은 "조직력은 결국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나 뿐만 아니라 새로 온 선수 대부분이 서로를 잘 알고 있고, 기존 선수들과도 낯설지 않은 분위기다. 마음이 맞는 선수들이 많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은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나이다. 부상으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황진성에게 강원에서 맞이할 올 시즌의 의미는 더 간절하다. 황진성은 "부상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힘들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생각하면 다쳤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이제는 좀 그만 다쳤으면 좋겠다(웃음)"며 "성남에선 팀 강등을 막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에도 미치지 못했다. '선수 황진성'의 명예회복까진 아직 먼 걸음이 남았다. 강원에서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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