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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이가 잘 되서 정말로 기쁩니다."
'제자' 권경원(25·톈진 콴진)의 대박 소식에 '스승' 조성환 제주 감독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누구보다 제자의 능력을, 인성을 잘 알고 있는 스승의 기쁨.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
권경원의 톄진행이 특히 주목을 끈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권경원은 다른 중국 진출 선수들과 달리 국가대표 경력이 없다. 올림픽 대표도 한번 못해봤다. K리그 경력도 일천하다. 2013년 전북에서 데뷔해 25경기 출전, 1도움이 전부다. 2015년 UAE 전지훈련 중 연습경기 상대였던 알 아흘리의 눈에 띄어 반전에 성공한 권경원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올 겨울, 잭팟으로 마침내 축구인생의 날개를 펼쳤다.
영생고 시절 권경원을 발탁, 지도한 조성환 감독은 권경원의 성공을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첫번째 대박 이유는 '축구지능'이었다. 조 감독은 "경원이는 다 갖춘 선수였다. 피지컬이 눈에 띄지만 머리가 워낙 좋은 선수였다. 스피드가 떨어졌지만 패스, 기술, 센스가 좋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 어디에 갖다놔도 잘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능적 플레이가 오히려 한국 무대에서는 발목을 잡았다. 조 감독은 "경원이 대학 진학을 알아보는데 골고루 잘하는 게 오히려 특징이 없는 것처럼 평가받더라. 분명 경원이가 어디서도 제 몫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당시 동아대가 받아준 것이 참 고마웠다"고 했다.
조 감독은 권경원을 이야기 하며 여러 차례 "그런 선수는 꼭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박의 두번째 이유인 '가족' 때문이다. 조 감독은 "경원이가 고등학교 시절 두가지 목표를 말했다. 하나는 유럽 진출이었고, 다른 하나는 돈 많이 벌어서 빌딩을 사는 것이었다"고 했다. 권경원이 돈을 벌기를 원한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경원이가 참 착했다. 항상 부모님, 형 이야기를 했다. 자기 때문에 고생한 가족에게 보답을 하고 싶어했다"고 했다. 알 아흘리 시절 바닷가가 보이는 개인 수영장과 방 6개를 갖춘 집에서 가족을 모셨던 권경원은 이제 더 큰 돈으로 '효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조 감독은 "그때 경원이가 세웠던 목표를 하나둘씩 달성하는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만 먹으면 안될 것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제자로부터 다시 한번 배웠다"며 대견해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