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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 권경원을 만든 두가지 '축구지능, 그리고 가족'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1-04 21:15


권경원(오른쪽). ⓒAFPBBNews = News1

"경원이가 잘 되서 정말로 기쁩니다."

'제자' 권경원(25·톈진 콴진)의 대박 소식에 '스승' 조성환 제주 감독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누구보다 제자의 능력을, 인성을 잘 알고 있는 스승의 기쁨.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

권경원의 톈진행이 연일 화제다. 우선 엄청난 몸값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흘리에서 톈진으로 옮기며 발생한 이적료는 무려 1100만달러(약 132억원). 2012년 맨유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한 박지성(500만파운드·약 88억원), 같은 해 셀틱에서 스완지시티로 둥지를 옮긴 기성용(600만파운드·약 106억)보다도 높은 액수다. 2015년 2200만파운드(약 400억원)에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번째로 높은 이적료다. 연봉 300만달러(약 36억원)에 5년 계약을 맺은 권경원은 180억원을 손에 넣게 됐다.

권경원의 톄진행이 특히 주목을 끈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권경원은 다른 중국 진출 선수들과 달리 국가대표 경력이 없다. 올림픽 대표도 한번 못해봤다. K리그 경력도 일천하다. 2013년 전북에서 데뷔해 25경기 출전, 1도움이 전부다. 2015년 UAE 전지훈련 중 연습경기 상대였던 알 아흘리의 눈에 띄어 반전에 성공한 권경원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올 겨울, 잭팟으로 마침내 축구인생의 날개를 펼쳤다.

영생고 시절 권경원을 발탁, 지도한 조성환 감독은 권경원의 성공을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첫번째 대박 이유는 '축구지능'이었다. 조 감독은 "경원이는 다 갖춘 선수였다. 피지컬이 눈에 띄지만 머리가 워낙 좋은 선수였다. 스피드가 떨어졌지만 패스, 기술, 센스가 좋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 어디에 갖다놔도 잘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능적 플레이가 오히려 한국 무대에서는 발목을 잡았다. 조 감독은 "경원이 대학 진학을 알아보는데 골고루 잘하는 게 오히려 특징이 없는 것처럼 평가받더라. 분명 경원이가 어디서도 제 몫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당시 동아대가 받아준 것이 참 고마웠다"고 했다.

조 감독은 권경원을 이야기 하며 여러 차례 "그런 선수는 꼭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박의 두번째 이유인 '가족' 때문이다. 조 감독은 "경원이가 고등학교 시절 두가지 목표를 말했다. 하나는 유럽 진출이었고, 다른 하나는 돈 많이 벌어서 빌딩을 사는 것이었다"고 했다. 권경원이 돈을 벌기를 원한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경원이가 참 착했다. 항상 부모님, 형 이야기를 했다. 자기 때문에 고생한 가족에게 보답을 하고 싶어했다"고 했다. 알 아흘리 시절 바닷가가 보이는 개인 수영장과 방 6개를 갖춘 집에서 가족을 모셨던 권경원은 이제 더 큰 돈으로 '효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조 감독은 "그때 경원이가 세웠던 목표를 하나둘씩 달성하는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만 먹으면 안될 것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제자로부터 다시 한번 배웠다"며 대견해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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