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발품스토리]이청용-기성용 맞대결 무산 불구 '코리언 잔치'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7-01-04 12:49


이청용이 사인을 해주고 있다. 셀허스트파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셀허스트파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피치 위 '코리언더비'는 무산됐다. 그래도 피치 밖에서는 '코리언 잔치'가 펼쳐졌다.

3일 밤(현지시각) 영국 런던 셀허스트파크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와 스완지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경기 풍경을 따라가봤다.

셀허스트파크 인근은 한국인들이 많은 곳이 아니다. 하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가는 길부터 한국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런던브릿지역. 셀허스트파크로 가는 출발 지점이다. 역 인근 버로우마켓에는 한국 관광객들이 많다. 하지만 런던브릿지역 안에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현지인들이다. 이날은 달랐다. 곳곳에 한국인들이었다. 경기를 보기 위해 가려는 이들이었다. 서로서로 가는 방법을 공유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도 "축구보러 가세요?"라는 한 마디에 친구가 됐다.

기차에 올랐다. 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방학을 맞이해 배낭여행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사실 1월 영국은 여행지로서는 매력이 떨어진다. 오후 4시에 해가 떨어진다. 날씨도 춥다. 한국만큼의 추위는 아니다. 그래도 뼈속을 파고드는 칼바람이 매섭다. 이런 때 여행오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축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기성용이 사인을 해주고 있다. 셀허스트파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이날 경기에 대한 기대는 컸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직전 본머스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번에도 선발 출전이 유력했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에 대해서는 '혹시나 하는' 희망이 컸다. 박싱 데이 기간이었다.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컸다.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팀을 맡았다. 아직 승리가 없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청용의 '깜작 선발' 가능성을 믿어본다는 이들이 많았다. 다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한국 선수가 맞대결할지도 모르는 경기를 직관(직접 관람의 줄임말)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불만도 있었다. 경기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터무니없는 경기 티켓 가격이었다. 현재 EPL구단들은 '멤버십' 제도를 시행한다.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먼저 경기 티켓을 살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멤버십의 등급이 높을수록 더 빨리 경기 티켓을 구할 수 있다. 멤버십 회원들이 다 지나야 일반 판매가 시작된다. 물론 이런 일은 많지가 않다. 때문에 여기를 역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구매대행'이라는 이름의 암표상들이다. 한국인들이 많다. 여행객들이 영어에 자신이 없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날 경기의 경우 액면가 30파운드(약 4만4000원)짜리 경기 티켓을 20만원 가까이 주고 산 사람도 있었다. 배낭여행을 왔다는 최석주(21)씨는 "돈을 지불하고 티켓을 받았다. 찍혀있는 액면가를 보고 허탈했다. 폭리가 심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함께 온 조영도(22)씨도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엄한 사람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을 이용해 자신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했다.


이날 경기 무선인터넷의 비밀번호는 'chunglee14' 즉 이청용이었다. 셀허스트파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경기장에 도착했다. 가는 길은 물론이고 주변에도 한국인들이 많았다. 경기장 안 미디어룸으로 들어갔다. 선발 명단과 매치프로그램북을 받았다. 무선인터넷 비밀번호도 받았다. 매 경기마다 비밀번호를 바꾼다. 미디어룸 담당자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chunglee14'. 이청용 14번이라는 뜻이었다. "오늘 비밀번호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 팰리스도 오늘 경기가 코리언더비라는 성격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피치 위로 나갔다.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다들 피치 앞으로 갔다.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곳곳에서 "이청용 파이팅!" "기성용 파이팅!"이라는 말들이 들려왔다. 경기가 시작됐다. 기성용은 선발이었다. 이청용은 벤치에 있었다. 기성용은 안정적인 플레이로 2대1 팀승리에 힘을 보탰다. 반면 이청용은 90분 내내 몸만 풀었다.

경기 후 기성용과 이청용을 만났다. 코리언더비 무산에 대해서는 다들 아쉬워했다. 기성용은 "크리스탈 팰리스에만 오면 잘 안맞는다"며 "그래도 청용이는 이 팀에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청용은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둘은 경기장을 나섰다. 기성용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나고 1시간이나 지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30~40여명의 한국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성용은 팀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10여분 이상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이청용은 다소 늦게 나왔다. 그래도 30여명이 남아있었다. 이청용은 마지막까지 사인을 해줬다. 팬들은 "귀찮고 피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성심성의껏 사인을 해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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