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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FC서울과 푸른 수원 삼성이 만나는 순간 그라운드는 거대한 전장으로 변한다.
선수들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피튀기게 싸우고 또 싸운다. 팬들의 몰입도 또한 임계점을 넘어 펄펄 끓는다. '흥분의 도가니'. 슈퍼매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수원이 1차전에서 2대1로 승리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수원은 비기기만해도 2010년 이후 6년 만의 FA컵 정상에 등극한다. 반면 2연패를 노리는 서울은 무조건 이겨야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90분이 남았다. 운명이 어디로 튈지는 누구도 모른다. 서울도, 수원도 '필승'이다. 색깔이 다른 팬들도 저마다 '광란의 우승 파티'를 꿈꾸고 있다.
슈퍼매치는 흥행보증 수표다. 수치부터 다르다. 올 시즌 상암벌에서 두 차례 K리그 슈퍼매치가 열렸다. 6월 18일, 첫 결투에서 4만7899명이 운집했다. 8월 13일에는 리우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도 3만6309명이 상암벌을 찾아 장관을 연출했다. A매치가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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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마지막 달인 12월이 열렸다. 계절의 시계도 겨울이다. 겨울과 축구는 거리가 멀지만 슈퍼매치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수원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는 3만1034명이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를 찾았다. 우승컵의 향방이 결정되는 2차전에선 4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의 슈퍼매치 추이를 살펴보면 인구가 많은 서울에서의 입장 관중이 8000명~1만명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백미는 응원 전쟁이다. 서울은 홈이점을 앞세운 '인해전술'로 무장한다. '매진 열풍'이 불고 있다. 스카이 펍과 테이블 석은 이미 동났다. 지정석도 매진 임박이다. 평소 닫혔던 E석 상단부도 개방할 계획이다. 서울 관계자는 "예매 속도로 봤을 때 4만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일 오후 최고기온이 영상 9~10도로 푸근한 날씨가 예보된 것도 호재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FA컵 정상을 통해 '더블'을 노린다. 홈팬들의 거대한 함성은 서울의 또 다른 힘이다. 4만명이 넘을 경우 역대 FA컵 최다 관중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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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승리로 우승 트로피에 한 걸을 더 다가선 수원도 물러설 수 없다. 역대급 원정 응원을 기획하고 있다. 통상 슈퍼매치 원정 인원이 3000명선이지만 이번 결승 2차전에는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원 구단에는 1차전 승리 후 2차전 입장권을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했다. 수원 서포터스인 '프렌테 트리콜로'의 함문형 운영국장은 "6년 만의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서포터가 극도로 고무돼 있다. 이번 주말 상암벌로 몰려가자는 열기가 뜨겁다. 원정팀이지만 홈경기 부럽지 않은 응원전으로 사기를 올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1차전에서 등장한 차두리(은퇴)의 '안들린다 세리머니'를 담은 서울의 대형 걸개와 수원의 '승리의 여신' 니케 현수막도 또 한번 나들이를 한다.
전쟁과는 별도로 추모의 시간도 갖는다. 브라질의 클럽 샤페코엔지를 태운 전세기가 29일(한국시각) 남미의 유로파리그 격인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전이 열리는 콜롬비아로 이동하는 중 추락하는 가슴아픈 사고가 일어났다. 서울은 2차전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수원 팬들도 애도 플래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슈퍼매치는 한국 축구의 자랑이자 축복이다. 지구촌이 인정하는 명품매치다. 토요일 상암벌에는 설렘으로 가득찬 '우승 이야기'가 펼쳐진다. .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