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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 감독(57)이 아시아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 섰다.
전북 현대는 26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알 아인과의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원정 2차전에서 1대1로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19일 결승 홈 1차전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던 전북은 1, 2차전 합계 3대2로 ACL 정상에 섰다. 2006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맛본 환희였다.
최 감독의 지도력은 이듬해부터 발휘됐다. K리그에서도 중하위권에서 맴돌던 전북을 ACL에서 처음으로 우승시켰다.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한 최 감독은 운이 좋았다고 평가한다. 선수층이 빈약했기 때문에 ACL 우승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ACL 우승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동안 이름값 있는 노장들이 뛰는 구단, 지방 구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던 전북이 선수들 사이에서도 가고 싶은 구단으로 변모했다. 최 감독의 지도력과 구단의 투자가 맞물려 전북의 위상이 K리그 뿐만 아니라 아시아 무대에서 더욱 높아졌다.
2009년 구단 사상 첫 K리그 우승컵에 입 맞춘 최 감독이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확실한 축구 색깔을 냈다. 최 감독이 창시한 '닥치고 공격(닥공)'이었다. 백 패스를 지양하고 화끈한 공격축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K리그 명품 브랜드인 '닥공'은 전주를 축구도시로 정착시킨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의 마음 한 켠에는 항상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2011년 알 사드(카타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ACL 결승에서 준우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감독은 항상 죄인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5년 전 홈에서 알 사드에 우승을 내줘 4만명 이상의 팬들이 절망하는 모습을 봤다. 이후 ACL은 내게 엄청난 숙제였다"고 고백했다.
올해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최강 전력이라고 자부하는 2011년 못지 않은 전력이 갖춰졌다. 그러나 뜻밖의 악재가 나타났다. 지난 5월부터 수면 위로 드러난 심판 매수 사건이었다. 최 감독의 마음은 무거웠다. 최 감독은 "힘들지만 버텨내야 한다"며 선수들을 다독이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다행히 선수들은 더 똘똘 뭉쳤다. 그 결과 K리그 사상 최초 3연패의 위업은 아쉽게 놓쳤지만 ACL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최 감독은 "우승해 행복하다"며 "올 시즌은 매우 힘들었는데 큰 성원을 해주신 전북 팬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며 울먹였다.
또 시즌 전 우려스러웠던 출전 기회로 인한 분열은 최 감독과 선수들의 믿음으로 극복됐다. 최 감독은 "에두는 면담자리에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는데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는데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더라. 이런 모습들이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2016년 ACL 결승전은 최 감독의 '꾀'를 제대로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지난 10년간의 경험이 축약된 경기였다. 최 감독은 "결승 2차전을 앞두고 (훈련장 변경 문제 등으로) 푸대접을 받았다. 경기에서도 거친 플레이가 나올 것이라 예상해 선수들에게 흥분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해 이길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최 감독은 여러 변수를 위해 다양한 플랜을 준비해 놓았다. 이날 전북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미드필더 로페즈가 부상으로 아웃됐다. 최 감독은 곧바로 한교원을 투입, 한교원은 선취골을 터뜨리며 우승에 일조했다.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해서는 "경기 전 여러 가지 전술을 준비했다. 그 중 하나는 한교원의 투입이었다"라며 "한교원을 투입하면 로페즈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레오나르도가 상대 팀 다닐로 아스프리야를 막는 작전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미리 작전을 준비한 만큼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아시아 넘버 원 지도자가 됐다. 2002년부터 아시아클럽챔피언십에서 ACL로 재편된 이후 최초로 ACL 우승을 두 차례나 달성한 지도자가 됐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선수들이 해낸 것"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이번 우승으로 최 감독의 몸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지도자상 수상이 유력한 최 감독은 중국과 중동에서 러브콜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전북과 계약기간이 4년 더 남아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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