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바르셀로나 트리오 복안 그리고 청사진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11-22 20:46


신태용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이 22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난 왜 올라가지 못하고 내려만 갈까."

미소를 머금은 신태용 감독(46)의 넋두리였다. A대표팀 코치를 하는 중 계속해서 어린 연령대 대표팀 감독으로 호출되는 자신의 상황을 재치있게 담은 말이었다.

'감독 신태용' 시대가 다시 열렸다. 신 감독은 22일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내년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지휘한다. 또 한 번 맡게된 소방수 임무다.

신 감독은 지난해 고(故) 이광종 감독이 건강 문제로 올림픽대표팀에서 자진사퇴하자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신 감독은 당당히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본선 조별리그 C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를 선두를 마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꿈을 키웠다.

하지만 8강에서 온두라스에 0대1로 분패하며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신 감독의 지도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록 8강서 고배를 마시며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물러서지 않는 공격 축구를 구사했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선수단은 연신 밝은 분위기였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신 감독의 국제무대 경험을 높게 샀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홈에서 하는 경기가 더 부담스럽다. 그래서 국제 경험이 있는 지도자를 원했다"며 "어느 형태든 정식 토너먼트에서 예선을 통과해본 경험이 있는 감독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두 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신 감독은 U-20 대표팀을 이끌고 2017년 5월 20일 국내에서 막을 올리는 FIFA U-20 월드컵을 향한 항해를 시작한다.

대회를 6개월 앞둔 시점이다. 시간이 넉넉지 않다. 그런데 아직 선수 파악이 완벽하지 않다. 신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U-20 월드컵 유치됐고 잘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축구 위상 올라간다.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면서도 "사실 답답하다. 아는 선수가 많지 않다. 힘든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신 감독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팀 전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심엔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 등 '바르셀로나 삼총사'가 있다.

출중한 기량을 갖춘 바르셀로나 트리오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과 판이한 환경에서 축구를 했기 때문에 기강과 규율을 중시하는 한국 축구와 엇박자를 낼 것이란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 실제 이승우 백승호는 전임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중용받지 못했다.

신 감독은 바르셀로나 삼총사에 대해 "내가 올림픽팀 이끌 때도 나왔던 이야기다. 당시엔 나이 차이가 있었다. 월반 보단 또래와 뛰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지금은 또래에 맞다. 불러서 경기도 하고 확인해야 한다"말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라는 간판만으로 신태용호의 붙박이가 될 순 없다. 관건은 '융화'였다. 신 감독은 "국내 선수들과 얼마나 어울리는지도 봐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 다 불러서 훈련도 하고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대담한 언변으로 소문난 신 감독이지만 월드컵 목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신 감독은 "설레발 치면 안된다. 조심해야 한다"며 "지금은 내가 선수를 모른다. 내년 3월 JS컵 끝나면 목표를 밝히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즐겁게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처럼 할 순 없겠지만 모든 국민이 열광할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며 "다시 한국 축구 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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