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텃세, 최악 훈련장 받은 전북 그러나 우승 시나리오 문제 없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11-22 20:46



텃세는 어느정도 예상했다. 그러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전북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10년 만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8부 능선을 넘은 전북 현대가 알 아인으로부터 최악의 훈련장을 배정받았다.

20일 밤 UAE행 비행기에 오른 전북은 21일 오전 두바이에 도착한 뒤 버스로 두 시간을 달려 2016년 ACL 결승 2차전이 펼쳐질 알 아인에 도착했다. 전북은 이날 오후부터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알 아인이 당초 주기로 했던 훈련장이 아닌 다른 훈련장을 배정했기 때문. 전북이 사용하게 될 훈련장은 잔디상태가 심각해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이 높았다.

황당했다. 전북은 알 아인측에 기존에 배정하기로 한 훈련장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그러나 알 아인은 또 다시 말을 바꿨다. 유소년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마련한 훈련장을 써야 한다고 했다. 화가 난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오후 훈련을 취소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UAE 시차와 환경 적응을 위해 일찌감치 결전지에 도착한 전북의 계획이 첫 날부터 삐그덕 거렸다. 알 아인의 무책임한 태도가 이어지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공식 승인을 받은 24~25일 훈련에서도 텃세를 경험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최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바로 훈련 도시 변경이었다. 결국 전북 선수단은 다시 짐을 싸고 알 아인에서 아부다비로 이동했다. 22일 0시에 연출된 상황이었다.

아부다비는 전북이 올 시즌 동계훈련을 펼친 곳이다. 환경은 낯설지 않다. 다만 호텔 비용이 알 아인에서 투숙했던 호텔에 8배 가까이 비싸다. 그러나 구단은 흔쾌히 최 감독의 요청을 허락했다.

이번 최악의 훈련장 배정은 보복의 냄새가 짙다. 전북은 지난 16일 전세기를 통해 전주에 입성한 알 아인에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과 전주에서 30여분간 떨어진 군산 월명종합경기장을 준비했다. 구단에서 마련할 수 있는 최적의 훈련장 섭외였다. AFC의 허락도 받은 상태였다. 당시 알 아인은 전주월드컵경기장과 그라운드 컨디션이 비슷한 보조구장을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훈련장을 군산으로 옮기겠다고 통보했다. 군산은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가 깔려있었다. 전북은 알 아인의 결정을 존중해 군산에서 이틀간 훈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런데 안방으로 온 알 아인은 전북에 똑같이 30여분이 떨어진 훈련장을 배정했다. 보복성 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북의 우승 시나리오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더 독기를 품게 됐다. 사실 원정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보다 컨디션 조절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특히 남은 시간이 나흘이나 된다. 결승 2차전 준비에 전혀 차질을 빚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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