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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이동국(37·전북)은 포항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맛봤다. 엄밀히 따지면 전신인 아시안클럽챔피언십에서 차지한 우승이었다. 당시 이동국은 주축멤버가 아니었다. 프로에 갓 데뷔한 고졸 신인에 불과했다.
이동국을 깨운 건 간절함과 절실함이었다. 이동국은 2017년까지 전북과 계약돼 있다. 내년에도 전북이 올해 만큼의 전력을 유지한다면 ACL 무대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수 있겠지만 다양한 변수가 속출하는 것이 축구다. 예단하기 힘들다. 또 자신의 몸 상태와 경기력이 올해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생애 두 번째 우승트로피를 미루고 싶지 않은 이유다. 이동국은 "어린 선수들은 나중에 또 다른 기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누구보다 절실하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동국은 ACL 결승 1차전에서 승리보다 더 값진 희망을 찾았다. 바로 김신욱과의 공존이었다. 올 시즌 김신욱과의 투톱이 처음으로 성공한 케이스였다. 이동국은 "신욱이가 제공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을 수 있다. 솔직히 편하다. 신욱이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장면도 신욱이가 헤딩으로 떨궈준 것을 내가 적절하게 크로스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승리를 만끽한 시간, 단 하루 뿐이었다. '베테랑' 답게 바로 시계를 제로 베이스로 돌렸다. 이동국은 "한 골차로 이겼지만 앞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상대가 골을 넣을 수 있고 우리도 득점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극단적인 전술을 가동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경기에서 잘 해왔다. 반드시 상대를 조급하게 만드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어쩌면 선수로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ACL 우승. 한 시대를 풍미한 백전노장이 그 의미있는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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