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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첫 발을 내디딘 2016년 K리그 클래식이 11월 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매 시즌이 그렇듯 '다사다난'이란 단어로만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올 해도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절대 1강'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 의혹에 휘말렸고, P급 지도자 자격증 논란으로 클래식 두 구단의 감독이 바뀌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K리그는 여전히 멀었다는 한숨 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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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의 드라마에는 한 사람이 더 있다. 올 시즌 만큼은 지울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이다. 최 감독은 "전북의 독주를 막겠다"며 2016년 판 서울을 설계했다.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트리오를 완성했고, 주세종 유 현 등을 수혈하며 '황선홍 시대'의 주춧돌을 놓았다.
최 감독은 6월 22일 안산 무궁화와의 FA컵 16강전을 끝으로 서울을 떠났다. 2015년에 이어 다시 한번 장쑤의 영입 제의를 받은 그는 더 큰 도전을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최 감독은 "착잡하다. 작년에는 서울의 성적이 바닥이었지만 올해는 팀이 안정됐고, 경쟁력있는 선수들로 알차게 꾸려져 있다. 이제 도전을 해봐도 될 것 같았다. 세계적인 감독들과 재미난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 후 서울을 떠났다. 팬들도 그의 길을 막지 않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서울의 영웅 최용수', '독수리 2011~2016 더 높을 곳을 향해', '최용수 감독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며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서울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K리그 2위, FA컵 8강 진출을 이끈 후 이별했다.
'독수리(최용수)'가 떠난 둥지는 '황새(황선홍)'가 꿰찼고, 한때 지독한 라이벌이었던 두 사령탑이 합작해 K리그 우승의 열매를 수확했다. 이번 시즌 황 감독과 최 감독은 참 '오묘한 동거'를 했다.
황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승을 한다면 최 감독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현실은 또 달랐다. 황 감독과 최 감독 모두 색깔이 분명한 지도자다. 황 감독이 걸어온 길도 힘겨웠다. 최 감독의 스리백과 자신의 포백을 혼용하다 마지막 순간에는 포백 체제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도 최 감독이 구축한 뼈대는 흔들지 않았다. 최 감독은 중국에서 친정팀인 서울의 우승에 환호했고 축하를 보냈다. 자신의 '우승 지분'은 없다며 모든 공을 황 감독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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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과 서울은 이제 '더블'을 향해 달린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FA컵 결승전이 남았다. 운명의 장난이 또 얄궂다. FA컵 사상 최초로 슈퍼매치가 성사됐다. 최대 라이벌 수원 삼성과 맞닥뜨린다. 2007년 이후 9년 만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결승전이 부활했다. 1차전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2차전은 12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최 감독은 지난해 서울에 FA컵 우승컵을 선물했다. 황 감독은 2012년과 2013년 포항에서 2년 연속 FA컵 정상에 올랐다. 2013년에는 K리그 우승도 차지해 '더블'을 품에 안았다. 서울은 FA컵 32강전부터 뛰어들었다. 최 감독이 32강과 16강, 황 감독이 8강과 4강을 소화했다. 두 사령탑의 동거의 끝은 FA컵이다. 최 감독은 응원하고, 황 감독이 지휘한다. 이래저래 올 시즌 K리그를 제패한 서울은 스토리가 풍성하다. 그리고 끝으로 2017년 K리그는 의혹, 논란 등이 자취를 감춘 더 평탄한 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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