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첫 발을 내디딘 2016년 K리그 클래식이 11월 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매 시즌이 그렇듯 '다사다난'이란 단어로만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올 해도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절대 1강'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 의혹에 휘말렸고, P급 지도자 자격증 논란으로 클래식 두 구단의 감독이 바뀌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K리그는 여전히 멀었다는 한숨 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그래도 달려야만 했다. 최후의 순간까지 꿈도 포기하지 않았다. 승부의 세계, 일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다. 그라운드에서는 천당과 지옥이 공존했고, 환희와 눈물이 함께 춤을 췄다. 종착역에서 다시 한번 일렬로 줄이 세워졌다.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FC는 시즌내내 번갈아 꼴찌 자리를 다퉜다. 인천이 마지막 순간 '기적'을 연출하며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올 시즌 2부에서 1부로 승격한 수원FC는 끝내 강등의 철퇴를 맞았다. 시즌 초반 1위에도 오르며 전북과 FC서울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평가받던 성남FC는 '아! 옛날이여'를 되뇌어야 했다. 감독 교체의 악수 등 갈짓자 행보 끝에 승강 플레이오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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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와 FC 서울이 2016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경기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이 1대0으로 승리하며 역전 우승에 성공해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황선홍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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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과 서울의 우승 경쟁은 더 드라마틱했다. 4월 13일 선두에 오른 서울은 5월 29일 1위 자리를 전북에 내줬다. 전북의 고공비행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11월 5일까지 이어졌다. 승점 9점 삭감 징계에도 우승이 유력했다. 그러나 2016 K리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전북이 아니었다. 서울이 마지막 결투에서 전북을 1대0으로 꺾었다. 챔피언 트로피의 주인이 마지막 날 서울로 바뀌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2013년(포항 사령탑 시절)에 이어 또 한번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전북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역전의 명수'는 황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황 감독의 드라마에는 한 사람이 더 있다. 올 시즌 만큼은 지울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이다. 최 감독은 "전북의 독주를 막겠다"며 2016년 판 서울을 설계했다.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트리오를 완성했고, 주세종 유 현 등을 수혈하며 '황선홍 시대'의 주춧돌을 놓았다.
최 감독은 6월 22일 안산 무궁화와의 FA컵 16강전을 끝으로 서울을 떠났다. 2015년에 이어 다시 한번 장쑤의 영입 제의를 받은 그는 더 큰 도전을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최 감독은 "착잡하다. 작년에는 서울의 성적이 바닥이었지만 올해는 팀이 안정됐고, 경쟁력있는 선수들로 알차게 꾸려져 있다. 이제 도전을 해봐도 될 것 같았다. 세계적인 감독들과 재미난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 후 서울을 떠났다. 팬들도 그의 길을 막지 않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서울의 영웅 최용수', '독수리 2011~2016 더 높을 곳을 향해', '최용수 감독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며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서울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K리그 2위, FA컵 8강 진출을 이끈 후 이별했다.
'독수리(최용수)'가 떠난 둥지는 '황새(황선홍)'가 꿰찼고, 한때 지독한 라이벌이었던 두 사령탑이 합작해 K리그 우승의 열매를 수확했다. 이번 시즌 황 감독과 최 감독은 참 '오묘한 동거'를 했다.
황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승을 한다면 최 감독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현실은 또 달랐다. 황 감독과 최 감독 모두 색깔이 분명한 지도자다. 황 감독이 걸어온 길도 힘겨웠다. 최 감독의 스리백과 자신의 포백을 혼용하다 마지막 순간에는 포백 체제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도 최 감독이 구축한 뼈대는 흔들지 않았다. 최 감독은 중국에서 친정팀인 서울의 우승에 환호했고 축하를 보냈다. 자신의 '우승 지분'은 없다며 모든 공을 황 감독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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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와 FC 서울이 2016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경기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이 1대0으로 승리하며 역전 우승에 성공해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황선홍 감독과 선수들에게 행가레를 받고 있다.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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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과 서울은 이제 '더블'을 향해 달린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FA컵 결승전이 남았다. 운명의 장난이 또 얄궂다. FA컵 사상 최초로 슈퍼매치가 성사됐다. 최대 라이벌 수원 삼성과 맞닥뜨린다. 2007년 이후 9년 만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결승전이 부활했다. 1차전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2차전은 12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최 감독은 지난해 서울에 FA컵 우승컵을 선물했다. 황 감독은 2012년과 2013년 포항에서 2년 연속 FA컵 정상에 올랐다. 2013년에는 K리그 우승도 차지해 '더블'을 품에 안았다. 서울은 FA컵 32강전부터 뛰어들었다. 최 감독이 32강과 16강, 황 감독이 8강과 4강을 소화했다. 두 사령탑의 동거의 끝은 FA컵이다. 최 감독은 응원하고, 황 감독이 지휘한다. 이래저래 올 시즌 K리그를 제패한 서울은 스토리가 풍성하다. 그리고 끝으로 2017년 K리그는 의혹, 논란 등이 자취를 감춘 더 평탄한 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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