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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시즌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참가 선수 37명의 꿈은 하나, 프로 유니폼을 입는 것이었다. 그 중 꿈을 이룬 선수는 절반이 조금 넘는 21명(수련선수 5명 포함). 취업률은 56.8%에 그쳤다. 드래프트가 끝난 뒤 선수 부모와 친인척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사이로 가슴 아픈 이야기가 들렸다. "이런 상황이면 앞으로 어떤 부모가 배구선수를 시키겠느냐."
그러나 먼저 2군리그 운영을 왜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2군은 1군 선수단의 경기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가령 1군에서 부상자가 생겼을 경우 2군 선수와 교체해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1군에서 생활 태도가 좋지 않은 선수를 2군으로 내려보내 와신상담하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신인들이 실전 경험을 통해 경기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 2군 선수들에게도 정규리그가 필요한 이유다. 단기 대회는 큰 의미가 없다. 프로배구에서 연습생 신화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선수층이 두터워지면 자연스럽게 이적과 트레이드가 활성화된다. 샐러리캡(선수 연봉 총액 상한제)도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제도에 탄력성을 위해서는 보유 선수 규모에 따라 샐러리캡을 차등 적용시킬 수 있다.
물론 현실적 제약을 무시할 수는 없다. 선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돈이 더 들게 돼 있다. 심지어 2군 버스 기사부터 2군 매니저 등 인건비가 오르게 돼 있다. 투자 대비 효율성에 의문을 가지는 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언제까지 프로라는 얼굴 뒤에 아마추어리즘을 숨기고 있을 것인가. 여기저기서 고교 배구단이 해체되는 등 풀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언제까지 프로배구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끊임없는 변화만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상생의 출발은 선수 풀 확대에 있다.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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