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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없었다, 전북 10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10-19 21:55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ACL)'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현대 경기가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결승전에 진출하게 된 전북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상암=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19.

기적은 없었다.

전북 현대가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진출했다. 전북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의 ACL 4강 2차전에서 1대2로 패했다. 하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지난달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4대1로 대승한 전북은 1, 2차전 합계 5대3 승리하며 피날레 무대에 올랐다.

전북의 결승 상대는 이명주가 활약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알 아인이다. 알 아인은 엘 자이시(카타르)를 제압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결승전은 11월 19일과 26일 열린다. 1차전은 전북, 2차전은 알 아인의 홈에서 열린다.

전북은 2006년 아시아를 제패한 후 10년 만에 다시 한번 정상을 노린다. 2011년에도 결승에 올랐지만 알 사드(카타르)에 아쉽게 패해 우승이 좌절됐다.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했다. 그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전북의 결승 진출 확률은 99%였다. 서울은 1% 가능성에 도전했다. "축구란 90분 안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1%의 가능성이 있어도 끝까지 해야 한다." 황선홍 서울 감독의 출사표였다. "축구의 의외성은 상대를 잘 모를 때나 시즌 초반에 나온다. 오늘 경기는 절대로 우리가 유리하다. 의외성은 물론 몇 %의 가능성도 없다." 이유있는 최강희 전북 감독의 자신감이었다.

뚜껑이 열리기 전 그라운드는 긴장감이 팽팽했다. 4-3-3 카드를 꺼내든 황 감독은 '아데박 트리오(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를 풀가동했다. 최 감독은 4-1-4-1 시스템으로 맞불을 놓았다. 김신욱이 원톱에 위치한 가운데 2선에는 레오나르도와 로페즈가 좌우를 맡고 이재성과 김보경이 중원을 책임졌다.

경우의 수는 간단했다. 전북은 원정에서 2골 차 이하로 패해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반면 서울은 안방에서 3골 차 이상 승리해야 아시아 정상을 노릴 수 있었다. 그래도 그라운드에는 갱이 없다. 서울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전북은 지켜야 했다.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ACL)'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현대 경기가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반 선취골을 성공시킨 FC서울 아드리아노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상암=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19.
휘슬이 울리자마자 서울은 거칠게 몰아쳤다.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을 이어가다 전반 38분 첫 골이 터졌다. 서울이었다. 김치우의 크로스를 아드리아노가 마무리했다. 상암벌이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은 2골이 더 필요했다. 전북도 비상이었다. 한 골을 더 허용할 경우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 수 있었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서울은 후반 6분 다시 한번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주세종이 볼을 가로채 단독 돌파로 문전까지 질주했다. 주세종의 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골키퍼와 맞닥뜨렸다. 하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상대 수비수에 맞고 굴절돼 아쉽게 득점 찬스가 물건너갔다.

전북은 후반 9분 교체카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김보경과 레오나르도 대신 고무열과 이동국을 투입했다. 적중했다. 후반 14분이었다. 김신욱의 헤딩 패스를 받은 로페즈가 김치우를 따돌린 후 오른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ACL)'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현대 경기가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동점골을 성공시킨 전북 로페즈가 기뻐하고 있다.
상암=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19.
사실상의 쐐기골이었다. 남은 시간은 30여분, 서울은 다시 3골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전북의 탄탄한 조직력에 3골은 무리였다. 서울은 경기 종료 직전 고광민이 한 골을 더 추가했지만 결승 진출은 역부족이었다. 올 시즌 전북과의 상대전적에서 4전 전패였던 서울은 다섯 번째 만남에서 1승을 건진데 만족해야 했다.

팀을 결승으로 이끈 최 감독은 "5년 만에 결승에 다시 올랐다. 그 동안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결승행을 이룬 선수들이 고맙다"며 "올 시즌 1월 4일부터 소집한 뒤 ACL 우승을 목표로 선수 구성을 했다. 선수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줬던 것이 결승까지 이룬 원동력이다. 2011년 아픔이 있다. 남은 기간 준비를 잘해 K리그와 전북의 위상을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홈에서 먼저 할 때 뒤에 할 때 유불리가 분명 있다. 오늘 경기도 굉장히 힘든 경기를 예상했다. 홈에서 대승했기에 결승을 갈 수 있었다. 홈 경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경기에 맞춰 리듬과 분위기를 잘해서 홈 경기에 얼마만큼 집중해서 좋은 경기를 하느냐가 우승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K리그는 2012년 울산 현대의 우승 이후 ACL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전북이 K리그를 대표해 4년 만의 아시아 챔피언에 도전한다. K리그의 절대 1강은 전북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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