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쇼크]④슈틸리케의 아집, K리그 관전은 허상이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10-12 20:03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표팀과 K리그의 선순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게 내가 한국 축구에 남기고 싶은 족적이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취임 일성부터 'K리그'를 강조했다. '프로는 대표팀의 풀뿌리'라는 기본명제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하루빨리 K리그 선수들을 파악해보고 싶다. 좋은 선수를 국내에서 발굴하고 비교하겠다." 매주 주말마다 휴식을 반납한 채 코칭스태프과 함께 K리그 경기장에 얼굴을 비췄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상주 상무 소속이었던 '무명의 공격수' 이정협(25·현 울산 현대)을 2015년 호주아시안컵 최종명단에 합류시켜 '군대렐라'로 키워내자 팬들은 열광했다. '갓(GOD)틸리케'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을 바라보던 K리그의 기대감은 빠르게 식어갔다. "오죽하면 '입장권 좀 사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겠나." 취임 2년째를 맞은 슈틸리케 감독을 바라보는 K리그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경기장 돌아보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초점이 없다. '깜짝발탁'이 사라졌다. 대표팀 명단에 들어도 출전 기회는 가뭄에 콩나는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슈틸리케 감독의 행차 소식을 들어도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즈음하여 "K리그에서 뛰는 대부분의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마쳤다"고 했다. K리그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 변화는 기록에서 드러난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3차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선발과 교체를 포함해 경기당 4~5명의 K리거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2015년 10월 13일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을 기점으로 수치가 확 줄었다. 선발 라인업에는 1~2명 만이 자리를 채울 뿐이었고 교체멤버도 해외파의 차지가 됐다. 지난 9월 1일 중국과의 최종예선 첫 경기에선 K리거가 단 한 명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했다. 2015년(2차예선 6경기)과 2016년(2차예선 1경기·최종예선 4경기) 각각 치러진 예선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3경기 이상 씩을 뛴 필드플레이어는 이재성(24·전북 현대) 단 한 명 뿐이다.

K리거의 빈 자리를 채운 선수들은 중국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었다. K리그서 기량을 검증받은 선수들도 있었지만 대학 무대에서 곧바로 해외로 진출한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중국, 일본 리그 팀들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K리그 팀들에게 열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경쟁 우위'를 이유로 발탁 기조를 이어온 부분을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슈틸리케 감독은 9월 소집 명단 발표 당시 오재석(27·감바 오사카) 발탁 배경을 묻자 "올림픽서 봤다시피 풀백 자원이 없다. K리그에서 좋은 풀백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재석이 9~10월 A매치서 선보인 경기력이 기존 K리그 풀백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 못한다고 보긴 어려웠다. 무수히 많은 K리그 경기를 관전했음에도 정작 인재풀은 '해외파 우선주의'에 한정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김신욱(28·전북 현대) 발탁 과정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의 골 결정력 논란이 일 때마다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김신욱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러나 슈틸리케호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김신욱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는 시리아전 무득점 무승부 뒤 공격진 구성에 대한 논란의 후폭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이 각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소통과 변화였다. 하지만 최근 1년 간의 행보를 돌아보면 '초심을 잃었다', 'K리그는 뒷전'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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