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전북의 징계와 K리그,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10-03 18:34



2016년 K리그는 '파행'으로 역사에 남는다. 영예는 없고, 치욕과 상처투성이로 얼룩졌다.

전북 현대는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리그를 제패한 명실상부한 K리그 최고의 구단이다. 올 시즌 '절대 1강'의 지위는 더 선명해 졌다. 하지만 '승리지상주의'에 함몰된 후진적인 문화가 전북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의 '범법 행위'가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심판 B와 C씨에게 각각 두 차례와 세 차례에 걸쳐 경기당 100만원씩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북 현대 스카우트 A씨에게 유죄가 내려졌다. A씨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열렸다. 결론이 어떻게 내려지든 논란은 불을 보듯 뻔했다. 승점 9점 삭감과 함께 벌금 1억원으로 수위가 결정되자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과 함께 뒷말이 무성하다. 상벌위는 이미 징계 시점을 실기했다. '늑장 대응'에 징계 의지를 의심받았고, 하염없이 법의 심판만 기다렸다. "사실 관계를 확립할 어떠한 자료도 구할 수 없었다." 상벌위원장의 말에 한 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승부의 세계는 단순해야 한다. 정직과 순수성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다. 복잡하게 얽히는 순간 '사고'다. 팬들도 갱없는 드라마에 열광한다. 갱이 있다면 경기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 도마에 오른 구단이 전북이기에 충격과 실망감은 더 컸다. 일벌백계가 마땅하다는 주장에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북의 징계 수위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전북의 일탈은 지난해 K리그를 뒤흔든 경남FC 심판매수 수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 때 금품을 받은 심판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있다. 경남은 심판 4명에게 총 6400만원을 전달했다. 전북은 2명의 심판에게 총 500만원을 제공했다. 그 심판이 그 심판이었다. 전북의 경우 금품이 전달됐지만 의도적인 판정, 승부에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벌위는 판례를 뒤집을 명분이 없었다. 지난 연말 사실상의 '몸통'인 경남FC에는 승점 10점 감점과 함께 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사회적인 충격과 K리그의 명예 실추는 전북의 파장이 더 컸다. 그러나 법의 잣대는 공정해야 한다. 전북이란 이름 때문에 더 과한 징계를 내릴 수는 없다. 물론 면죄부는 될 수 없다. "경기 결과가 아닌 경기의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해 프로축구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은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 법원의 선고 이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K리그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팬들을 향해 "한 번만 더 봐 달라"며 읍소하는 것도 사치다. 전북은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건에 대하여 모든 임직원 및 코칭스태프는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팬들은 더 이상 이러한 상투적인 반성을 듣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말도 필요없다. K리그는 현재 '혼수 상태'다. '위기'라는 말은 지워지지 않는다. 'K리그라 쓰고, 위기라고 읽는다'라는 우스갯 소리는 뼈아픈 현주소다. 과연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지구상에 축구가 존재하는 한 K리그를 멈출 순 없다.


환골탈태의 길은 행동 뿐이다. '꼼수'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해도 사고가 바뀌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전북 뿐 아니다. K리그에 녹을 먹고 있는 전 구성원이 작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해법은 모두가 알고 있다. 기본에만 충실하면 된다. 또 건설적인 미래와 건강한 K리그를 여는 첫 문은 신뢰회복에서 시작돼야 한다.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다. 그리고나서 겸허한 마음으로 팬들이 마음을 돌려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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