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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디슨파크(영국 리버풀)=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심했다. 앨런 파듀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은 도대체 왜 이청용을 그리 대했을까.
크리스탈 팰리스은 1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에버턴과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원정경기를 치렀다.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파듀 감독의 승부수였다. 물론 늦은 감은 있었다. 그래도 쓸만한, 아니 쓸 수 밖에 없는 카드였다. 이때까지 크리스탈 팰리스는 에버턴에게 '강함'으로만 대항했다. 윌프레드 자하나 안드로스 타운젠트, 제이슨 펀천 등 2선 자원들은 모두 '파워'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완급조절을 해야 했다. 이청용이 제격이었다. 2선 어디에 들어가더라도 제 몫 이상을 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 여기에 선덜랜드와의 6라운드 경기 활약도 있었다. 이청용은 경기 종료 직전 투입됐다. 그리고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킥 하나로 크리스티안 벤테케의 결승골을 이끌었다. 때문에 이청용의 투입에 많은 눈들이 모여들었다.
공교롭게도 플레이가 끊어지지 않았다. 교체는 플레이가 멈췄을 때만 할 수 있다. 볼이 계속 경기장 안에서 돌았다. 그렇게 2분 가량 지났다. 볼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갔다. 교체를 하는 듯 했다. 이 때 파듀 감독은 마음을 바꿨다. 이청용의 교체를 취소했다.
이청용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파듀 감독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10m 정도 옆에서 조깅을 하며 몸을 풀었다. 틈틈이 파듀 감독을 봤다. 파듀 감독은 이청용의 시선을 외면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정규 시간은 끝났다. 대기심도 남은 시간을 표시했다.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이때였다. 파듀 감독은 이청용을 불렀다. 교체 투입을 지시했다. 후반 추가시간 3분에 들어갔다. 이미 선수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뒤였다. '시간끌기'용이라는 인상만 남겼다. 이청용은 2분간 열심히 뛰었다. 왼쪽 측면에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럴게 2분.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이청용은 고개를 푹 숙인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경기 후 이청용을 만났다.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파듀 감독이 경기 흐름에 따라 결정한 것이겠죠"라고만 했다.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답답한 사람은 이청용 본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청용은 웃었다.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10월 A매치에서 반전을 다짐했다. 특히 이란 원정에 대해 "지난번 아자디 원정에서 우리의 경기력이 좋았다. 이번에는 해볼만 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청용은 어린이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했다. 같이 사진도 찍어주었다. 특유의 환한 웃음을 잊지 않았다. 웃고 있지만 이청용의 속은 타들어간다. 시즌 초반 선발출전하며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다시 벤치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교체를 번복했다가 막판에 1분, 2분씩 뛰는 역할로 전락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파듀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청용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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