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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게만 느껴지던 바람이 어느덧 차가워졌다.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달리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요람인 강원도 평창으로 가는 길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평창에 접어들자 차가운 흙바람이 날리기 시작했다. '중국발 황사'는 아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한 막바지 공사가 곳곳에서 한창이었다. 위풍당당한 알펜시아 스키점핑센터부터 맨살을 드러낸 흙바닥까지 어지러운 풍광이 교차됐다. 평창은 거대한 '공사판'이었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졌다.
알펜시아스타디움은 기대 이상이었다. 갓 지어진 관중석은 깔끔했다. 그라운드와의 거리 역시 축구전용구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가까운 최적의 조건이었다. '뜻밖의 볼거리'도 눈에 띄었다. 서측 스탠드 옆에는 시원한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33라운드에 앞서 그라운드 상태를 점검하러 나온 강원, 안산 선수들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 대부분이 폭포를 바라보며 휴대전화로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준비 부족이 아쉬웠다. 알펜시아스타디움으로 접어드는 대관령면부터 5㎞에 이르는 도로에서 홈 경기 개최 안내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알펜시아스타디움에 앞에 걸린 작은 플래카드가 홈 경기를 알릴 뿐이었다. 팬심은 그래도 뜨거웠다. 강릉, 정선 등 인근 지역에서 자가용을 몰고 찾아온 관중들이 경기장의 적막을 깨면서 생기가 돌았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주변 인구가 3000여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경기장을 찾아오는 관중들의 열정이 대단한 셈"이라고 말했다. 강원-안산전을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783명이었다. 이날 경기에선 강원이 루이스의 결승골을 앞세워 안산을 1대0으로 제압했다. 이흥실 안산 감독은 "(알펜시아스타디움 경기는) 팬들을 위해 좋은 시도라고 본다. 시설도 훌륭했다. 전용구장에 온 느낌"이라면서도 "폭포 소리나 점프대와 경기장 사이의 빈 공간 등 선수들의 집중력에 영향을 끼칠 만한 요소만 보완된다면 더 좋은 경기장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밝혔다.
한편, 경남은 같은 시각 창원축구센터에서 가진 고양전에서 프로축구 사상 한 경기 최다도움(4도움)을 기록한 이호석과 4골을 폭발시킨 크리스찬을 앞세워 7대0으로 대승했다. 부천은 충주를 1대0으로 제압했다. 대전과 대구는 1대1로 비겼다.
평창=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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