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1강' 전북의 환희, 그 벽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FC서울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8-28 22:35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2016 경기가 2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북 레오나르도가 전반 추가골을 넣자 김신욱이 달려가 환호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8.28/

1위와 2위의 전쟁, 기대가 컸다.

단 1패도 없는 선두 전북 현대의 무패행진이 27경기에서 멈출지 관심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두 달 전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의 최근 기세가 매서웠다. 8월 들어 단 1패도 없었다. K리그에서 5연승을 질주했다. 산둥 루넝(중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 3대1 승리를 포함하면 최근 6연승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운 만남이었다. 전북은 변함 없는 '절대 1강'이었다. 2위 서울이 전북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벽은 한없이 높았다.

전북의 경쟁상대는 없었다. 적진에서 서울을 완파하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지켰다. 전북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3대1로 완승했다.

승점 10점 차에서 출발한 두 팀의 격차는 13점으로 벌어졌다. 전북은 28경기 연속 무패(17승11무)를 질주하며 승점 62점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상승곡선이 꺾였다. 승점 49점(15승4무9패)에 머물렀다.

대항마없는 전북의 독주였다. K리그 선두경쟁의 방향은 더욱 선명해졌다. 사실상 우승 경쟁은 마침표가 찍혔다. '심판 매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전북이 승점 감점 징계를 받더라도 K리그 3연패 전선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은 전북과의 격차를 좁힐 기회를 허공으로 날리며 뼈아픈 밤을 보냈다.

최강희 전북 감독과 황선홍 서울 감독은 모두 변칙 전술을 꺼내지 않았다. 최강희 전북 감독과 황선홍 서울 감독은 고려는 했지만 접었다고 했다. 선택은 정면 충돌이었다. 최 감독은 "오늘 같은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고 했고, 황 감독도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서울은 4-4-2, 전북은 4-1-4-1 시스템으로 맞섰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데얀을 대신해 아드리아노가 선발 진용에 가세해 박주영과 투톱을 이뤘다. 전북은 김신욱이 원톱에 위치했고, 2선에 레오나르도 김보경 이재성 로페즈가 위치했다.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2016 경기가 2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북 레오나르도가 전반 추가골을 넣자 선수들이 함께 무릎을 꿇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8.28/
승부의 추는 어이없이 엇갈렸다. 서울은 출발부터 조짐이 좋지 았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석현이 문전에서 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장윤호의 발을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좀처럼 보기쉽지 않은 장면이었다. 기선을 제압한 전북은 강력한 압박과 지능적인 완급조절로 서울을 들었다, 놨다했다. 일격을 당한 서울은 공세를 강화했지만 세밀함은 떨어졌다. 전북은 전반 26분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이재성의 기가막힌 로빙패스가 레오나르도의 발끝에 걸렸다. 레오나르도는 지체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다시 한번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을 2-0으로 리드한 전북은 후반 13분 세 번째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받았다. 또 다시 레오나르도였다. 최철순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다시 화답, 골네트를 갈랐다. 전북은 후반 29분 박원재의 헤딩슛이 골대를 강타하는 등 서울을 압도했다.


황 감독은 윤주태와 심우연 등을 투입해 반전을 노렸지만, 헛심 공방만 벌였다. 후반 종료 직전 박주영이 얻은 페널티킥을 아드리아노가 골로 연결하며 영패를 모면한 데 만족해야 했다.

최 감독이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 전체적으로 오늘 경기가 리그의 분수령이 될 수 있었다"며 "선수들이 정신, 육체적으로 끝까지 집중했다. 데얀이 빠졌고, 첫 골이 빨리 터진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라이벌전을 꼭 이겨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기뻐했다. 그리고 "서울도 상승세고,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지만 서울이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양쪽 측면을 봉쇄하고, 미드필더 압박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전략이었다. 외국인 선수까지 수비가담을 적극적으로 해 의외로 쉽게 이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무패 우승 신화에 대해서는 "축구는 의외성이 많다. 슈팅을 30개 해도 1개 한 팀에 질 수 있는 것이 축구다. 분명 욕심은 내겠지만 기록이나 다른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아쉽지만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상대의 첫 골도 실력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오늘 경기가 격차를 마지막으로 좁힐 수 있는 기회였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물론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포기할 것은 아니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면 이런 기회가 또 올 수 있다. 중요한 경기가 많이 남았다. 남은 경기에 잘 대비하겠다."

전북의 완승이었다. 상암벌은 '최강 전북'을 외치는 함성으로 물결쳤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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