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당연한 월드컵 출전은 없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8-28 21:08



8월을 뜨겁게 달군 2016년 리우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시작된다.

다만 '무임 승차'는 없다. 개최국 러시아를 제외하고 대륙별 예선을 거쳐야 한다.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티켓은 4.5장이다. 12개팀이 6개팀씩 A와 B조로 나뉘어 열전에 돌입한다.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플레이오프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거친 후에야 최후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와 함께 A조에 편성된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슈틸리케호는 29일 소집,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상대는 중국이다.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한증' 실험에 나선다. 한국은 중국과의 역대전적에서 30전 17승12무1패로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월드컵 9회 이상 진출한 국가는 브라질(20회·전 대회), 독일(16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1회), 스페인(10회) 등 5개국 뿐이다. 그래서일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다. 월드컵 출전을 당연시하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국 축구는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통해 처음 월드컵에 참가했다. 이후 다시 그 무대를 밟기까지는 무려 32년이나 걸렸다. 1986년 멕시코 대회였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월드컵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잔치가 아니다. 하지만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제외하고 쉬운 최종예선은 없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의 경우 '도하의 기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장 최근인 2014년 브라질월드컵도 턱걸이했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이란과의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0대1로 패하며 선두를 내줬고, 3위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에서 단 한 골 앞서 간신히 2위로 본선에 직행했다.


상황은 그렇지만 관중 문화는 또 달라졌다.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A매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인색해졌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팬들의 관심은 정점을 찍었다. 10여년이 흐른 현재 웬만한 상대가 아니면 꿈쩍도 안한다. 2013년 10월 12일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초청하자 상암벌에는 6만5308명이 운집했다. 그 외에는 싸늘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2014년 10월 지휘봉을 잡은 후 국내에서 치른 A매치에서 단 한 차례도 4만명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6만여석 규모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두 차례 A매치가 열렸다. 3월 31일 뉴질랜드전(1대0 승) 관중수는 3만3514명, 10월 13일 자메이카전(3대0 승)의 경우 2만8105명에 불과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더욱 많은 관중들이 와야할 자격이 있는 팀"이라고 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중국과의 최종예선 1차전은 올해 처음으로 상암벌에서 열리는 A매치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시 한번 애원했다. 그는 "중국에서 팬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중국전에서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줘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우린 항상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 한국 관중으로 가득찬 경기장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천신만고 끝에 최종예선에 진출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 이상이 높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를 앞세워 2002년 대회 이후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축구협회는 당초 티켓 3만장을 요구했다. 협상 끝에 대한축구협회는 중국에 1만5000장을 할당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축구에도 불똥이 튀었다. 원정 응원단 규모는 더 늘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국내 거주 중국 유학생 등을 합쳐 약 2만명 정도가 중국을 응원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전망이다.


2만명만 돼도 그 열기는 상당하다. 자칫 중국을 응원하는 함성에 "대~한민국"이 묻힐 수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중국은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기로 29일 입국할 계획이다. 본선 진출에 성공할 경우 6000만위안(약 100억원)의 보너스를 내걸었다. 매 경기 승리 수당도 300만위안(약 5억원)이다. 한국 축구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해전술'과 '쩐의 위협'이다.

결국 한국 축구에도 힘이 필요하다. 그 열쇠는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쥐고 있다. 상암벌을 중국에 내줄 수 없다. 특히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한국 축구의 첫 여정이다. 시작이 반이 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상대의 콧대를 꺾어야 한다. 그 제물이 중국이 될 수 있어 더 반갑다.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더 큰 응원이 절실하다.

당연한 월드컵 출전은 없다. 팬들의 소중한 정성이 모여야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을 즐길 수 있다. 그 힘을 9월 1일 중국과의 최종예선 1차전부터 실어주길 바란다. 6만명이 꽉 들어찬 상암벌을 보고 싶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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