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화창한 가을날씨의 벨루… 결전의 아침이 열렸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8-13 20:16


2016년 리우올림픽 한국남자축구대표 손흥민 등 선수들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SESC Venda Nova 경기장에서 8강전 온두라스전을 앞두고 야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2016.8.12/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I/

결전의 날,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아침은 화창하다.

한국과 온두라스의 8강전은 현지시각으로는 토요일 밤인 13일 오후 7시, 한국시각으로 일요일인 14일 오전 7시 휘슬이 울린다. 벨루오리존치는 한국의 가을 날씨다. 기온은 섭씨 19도로 예보돼 있다. 경기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외나무다리 혈투다. 생존하면 4강이다. 떨어지면 고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신태용호는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한 발짝 더 다가서 있다. 온두라스전은 90분 동안 희비가 엇갈리지 않으면 30분 연장 혈투를 벌인다. 그래도 명암이 가려지지 않으면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로 이어진다.

한국은 온두라스와 3차례 맞닥뜨려 2승1무로 무패를 달리고 있다. 가장 최근 만남은 지난 6월 국내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다. 신태용 감독(46)과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64)의 첫 만남이었다. 두 팀 모두 웃지 못했다. 2대2로 비겼다. 한국과 온두라스는 2개월 만에 올림픽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필승'이다. 그는 "온두라스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 꼭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의 바람에 부응해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온두라스전의 키포인트를 엮어봤다.


2016년 리우올림픽 한국남자축구대표 신태용 감독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SESC Venda Nova 경기장에서 8강전 온두라스전을 앞두고 야간 훈련에 열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2016.8.12/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I/
선제골과 심리전

단두대 매치는 역시 선제골이 중요하다. 선제골을 터트리면 흐름을 잡을 수 있다. 온두라스는 스리백을 근간으로 수비 전술을 펼친다. 수비 조직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한국이 기선제압에 성공하면 상대는 빗장을 풀고, 공세로 전환한다. 문이 더 크게 열린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역이용하면 추가골을 작렬시킬 수 있다.

반면 일격을 당하면 쫓기게 된다. 온두라스는 수비시에는 스리백의 또 다른 얼굴인 5백으로 변신한다. 빗장수비가 강화돼 뚫기가 쉽지 않다. 심리전에도 휘말릴 수 있다. '늑장 플레이'로 자극할 수 있다. '침대 축구'도 나올 수 있다. 콜롬비아 출신의 핀토 감독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사령탑이다. 그는 브라질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를 8강으로 이끈 명장이다. 신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그는 "선제골을 안줘야 한다. 온두라스에 선제골을 허용하면 심리적으로 말릴 수 있다.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한국남자축구대표 손흥민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SESC Venda Nova 경기장에서 8강전 온두라스전을 앞두고 야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2016.8.12/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I/

손흥민 VS 엘리스

신태용호의 최대 강점은 역시 2선 공격이다. 원톱 황희찬(잘츠부크크)은 이타적인 플레이로 2선 공격의 활로를 개척한다. 손흥민(토트넘) 류승우(레버쿠젠) 권창훈(수원)이 빈공간과 빠른 스피드, 개인기를 활용, 골문을 두드린다. 손흥민은 온두라스가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다. '피지전의 사나이' 류승우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권창훈은 멕시코전 결승골로 상승기류를 탔다. 2선 공격에는 문창진(포항)도 대기하고 있다. 문창진은 조별리그에선 '조용'했다. 하지만 선발이든, 조커든 임무가 주어지면 화룡점정을 찍겠다는 각오다.

온두라스도 강력한 역습 카드를 갖고 있다. 알베스 엘리스(올림피아), 안토니 로사노(테네리페), 로멜 퀴토(올림피아)가 키를 쥐고 있다. 빠르고, 정교하다. 결정력도 갖추고 있다. 엘리스는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페널티킥을 2개나 유도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주장 장현수(광저우 부리)는 "수비수들의 간격유지를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라인에서 시작되는 압박도 중요하다. 이들에게 볼이 연결되지 않도록 2선에서 수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2016년 리우올림픽 한국남자축구대표 구성윤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SESC Venda Nova 경기장에서 8강전 온두라스전을 앞두고 야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2016.8.12/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I/
할리우드 액션과 승부차기

단판매치에서 변수도 많다. 상황 대처 능력이 그만큼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온두라스는 지능적이다. 엘리스가 유도한 페널티킥 중에는 '할리우드 액션'도 있었다. 주심이 못 봤다. 문전에서의 파울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장현수는 "우선 반칙을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상대 공격수들에게 말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태용호는 결전을 하루 앞둔 비공개 훈련에서 승부차기 훈련을 마지막으로 실시했다. 4년 전 런던 대회에선 개최국 영국과 만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승부차기까지 염두에 두고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 서두르다보면 실수가 나올 수 있고, 준비한 것을 못할 수 있다.

이번 대회부터 연장전에서 교체 카드 1장을 더 사용할 수 있다. 벤치의 지혜로운 대응도 수반돼야 4강 문을 열수 있다.

벨루오리존치는 아침을 맞았다. 10시간 후면 결전이다. 신태용호는 후회없는 승부를 약속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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