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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적이 있네요."
리우올림픽 이전까지 윤진희의 역도 인생은 굴곡 그 자체였다. 윤진희는 한국 역도의 간판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는 등 승승장구했다. 귀 아래 오륜기 문신을 새길 정도로 올림픽 금메달에 애착을 숨기지 않았던 윤진희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수개월 앞두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역도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이후 윤진희는 역도 대표팀 후배 원정식(26·고양시청)과 결혼해 두 아이를 얻었고 평범한 주부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았다.
영영 다시 들지 않을 것 같았던 바벨, 윤진희는 2014년말 현역 복귀를 결정했다. 남편의 부상이 그의 인생 항로를 또 한번 바꿔놓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부상으로 쓰러진 뒤 재활중이던 원정식은 아내에게 "함께 역도를 하자"고 권했다. 고통스러워 하던 남편을 응원하는 방법은 공감 뿐이었다. 그렇게 윤진희는 다시 바벨을 잡았다.
하지만 윤진희의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2015년 어깨를 크게 다쳤다. 하지만 '부부 동반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픈 몸으로 기적을 일구면 더 멋진 인생이 되지 않을까"라고 격려한 트레이너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다시 정상에 서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함께 그토록 원했던 리우땅을 밟은 윤진희. 남편의 전폭적인 응원 속에 동메달이라는 값진 보상을 받았다. 기적은 밤새 내린 함박눈 처럼 조용히 내려와 노력한 자의 어깨에 쌓였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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