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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노와 비슷하지 않을까."
수원 서정원 감독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부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카스텔렌(33)을 두고 하는 말이다.
수원이 8월의 반전을 이끌어 갈 원동력으로 카스텔렌을 주목하고 있다. 카스텔렌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 때 조나탄에 이어 영입됐다.
서 감독은 2년 전부터 눈여겨봤던 선수라고 했다. 최근 2년간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에서 뛰었는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C서울과의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카스텔렌에 눈도장을 찍었던 서 감독은 이번 여름시장에서 기회가 오자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섰다. 그의 경력만 봐도 서 감독이 눈독을 들일 만하다.
카스텔렌은 2004~2007년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A매치 10경기에 나섰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아르메니아전에서는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네덜란드 클럽을 두루 경험했다. 호주 리그에서도 활약했으니 아시아 축구 스타일에 대해서도 생소하지 않다.
아직 보여 줄 시간이 없었던 카스텔렌은 사실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달 23일 전남전(0대3 패)에서 후반에 32분간 데뷔전을 치렀지만 큰 의미가 없다. 당시 수원은 극도로 무기력한 모습으로 승기가 이미 기울어진 상태였다. 서 감독은 적응 차원에서 20분 정도 출전시킬 예정이었지만 전세가 급박해 카스텔렌을 조기 투입했다.
31일 제주전(5대3 승)에서는 교체 멤버로 대기시켰지만 전남전과 정반대로 수원의 공격이 잘 풀리고 있어서 카스텔렌을 투입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제대로 보여 줄 순간만 기다리고 있다.
오는 10일까지 긴 휴식기를 갖게 된 것부터 호재다. 신입생 카스텔렌으로서는 팀과 호흡할 시간과 경기용 컨디션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앞서 입단한 조나탄이 빠듯한 경기 일정 때문에 팀 훈련을 충분히 갖지 못해 애를 태웠던 수원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서 감독은 권창훈(올림픽대표팀)이 빠져 취약해진 2선 라인을 카스텔렌이 메워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왼쪽 염기훈에게 치우친 불균형 때문에 걱정이었던 수원은 오른쪽 전문가인 카스텔렌이 더 절실하다.
카스텔렌의 훈련을 관찰한 서 감독은 낙관적이다. "급이 다르다"고 했다. 볼 배급 능력은 물론 상대 수비진을 돌파하고, 공을 컨트롤하는 기술에서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서 감독은 "공을 잡고 휘젓는 스타일은 FC서울의 아드리아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높은 점수를 줬다. 아드리아노는 현재 득점랭킹 2위(11골)로 다른 모든 팀이 부러워하는 서울의 보배같은 용병이다. 공교롭게도 카스텔렌(키 1m70, 몸무게 69kg)과 아드리아노(키 1m71, 몸무게 68kg)의 체격도 거의 똑같다.
아드리아노의 향기를 카스텔렌에게서 느낄 수 있다면 수원 반등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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