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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2012년 제주를 통해 프로에 대뷔한 오반석(28). 지금까지 줄곧 제주 유니폼만 입었다. 입단 첫해부터 자리를 꿰찼다. 25경기에서 나서 1골을 넣었다.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이듬해 30경기에 출전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시즌 동안 총 71경기에 나섰다. 제주의 '수호신'이라 부를 만했다. 주장 완장도 오반석의 팔에 채워졌다.
달력이 2016년으로 넘어갔다. 동료들이 축구화를 신을 때 오반석은 환자복을 입었다. 스포츠 탈장. 지난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던 불청객이었다. "계속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리그 치르는 중이라 참고 뛰었다. 더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수술을 결정했다."
오반석은 지긋지긋한 통증과 이별을 고했다. 그러나 동계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오반석은 "회복에 3~4개월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훈련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제주 선수단은 1월 중국 광저우로 동계훈련을 갔다. 오반석은 홀로 남았다. "몸도 몸이지만 솔직히 마음이 더 힘들었다."
긴 터널을 지났다. 4월 30일 포항전에 오반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0대1 패배를 막지 못했지만 끈끈한 대인방어와 과감하고 정확한 태클 실력은 여전했다.
5월부터는 오반석의 시간이었다. 제주는 '캡틴' 오반석이 출전했던 5경기에서 4승1패를 거두며 승점 풍작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시련이 오반석을 기다렸다.
오반석은 지난달 15일 상주전을 앞두고 다시 부상을 했다. 왼쪽 내측인대가 손상됐다. "왜 이런 시련이 계속되나 싶었다."
캡틴이 쓰러지자 제주가 흔들렸다. 잘 나가던 제주는 오반석 이탈 후 6경기에서 1승1무4패로 고전했다.
다행히 공백이 길지 않았다. 오반석은 20일 성남전을 통해 복귀했다. 오반석이 일어서자 제주도 고개를 들었다. 오반석 복귀 후 치른 2경기에서 1승1무다. 특히 24일 서울전에서는 3대2로 짜릿한 역전극을 썼다. 오반석은 "내가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잘 해준 덕분"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유난히 힘들었던 오반석의 2016년. 아픈 만큼 성장했다. 오반석은 "경기장 밖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자신을 되돌아봤다"며 "어려운 시간 이겨냈으니 이제 좋은 일이 찾아오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오반석의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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