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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있던 축구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간절함이 원동력이 됐다. 최근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을 시작한 배천석(25·전남)의 이야기다.
그동안 배천석의 축구 시계는 드문드문 움직였다. 2007년 U-17 청소년대표팀에 뽑힌 배천석은 좋은 신체조건(1m87-80㎏)을 앞세워 차세대 공격수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대회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위기의 순간 이를 악물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산에서 전남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배천석은 '여기서도 안 되면 축구를 그만 두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렸다. 시즌 초반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자'는 마음으로 버텼다.
기회는 찾아왔다. 배천석은 16일 수원FC와의 경기에서 1-1로 팽팽하던 후반 41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꽂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4월 10일 FC서울전 이후 무려 3달 만에 골맛을 봤다. 기세를 올린 배천석은 수원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전남의 3-0 완승에 앞장섰다. 배천석의 활약을 앞세운 전남은 4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며 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배천석은 "수술 직후에는 '내가 축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감독님께 가서 어떻게 해야 골을 넣을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그러나 조급함을 버리고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덕분에 운 좋고 골을 넣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팀에 더욱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절실함을 앞세운 배천석의 축구 시간은 다시 돌기 시작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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