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세계화'? EPL 구단들의 탐욕과 해외순방의 상관관계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6-07-20 22:52


ⓒAFPBBNews = News1

'세계화'가 한 때 지구촌의 뜨거운 화두였던 적이 있다.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결국 모든 사회 현상은 변증법적인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세계화'의 작용에 대한 반작용의 움직임도 거세다. '신 쇄국주의'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통해 탈 유럽연합에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에 오른 트럼프 역시 '반 인류적' 기치로 '세계화'의 내재적 모순에 지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합(合)을 향한 과정이 우려스럽다. 소위 합리적이라고 불리는 정상적 사고 구조 하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화'의 반작용을 타고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바이마르 헌법(1919년)을 통해 처음으로 민주주의란 공기를 마신 독일인들이 자유라는 산소포화증에 걸린 틈을 타 히틀러 독재 정권이 등장한 과정과 흡사하다. '세계화' 기치의 중심이 미국이었음을 감안하면 '논란의 사나이' 트럼프의 등장 또한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느 단어 처럼 '세계화'에는 긍적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공존한다. 내재적 모순은 부정론에 요약돼 있다. 초국적 자본에 의한 세계 경제의 독점적 지배가 전 지구적 차원의 불평등 강화로 연결된다는 논리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단일한 시장과 경쟁원칙 속에 인류 전체에 발전과 시너지를 가져온다는 긍정론의 어두운 이면에는 탐욕스러운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는 셈이다.

범위를 좁혀 스포츠에 적용해도 이같은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돈을 쫓는 프로 스포츠는 '세계화' 흐름을 타고 전 지구적 확산을 끊임 없이 시도하고 있다. 축구의 EPL이 대표적이다. 확장의 한계성은 있지만 미국의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이미 최고의 축구 스타는 축구를 좋아하는 어느 나라를 가든 큰 인기를 누린다. 축구나 야구에서 상대적으로 몸값이 싼 후진국 선수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한국 선수를 영입하는 이유는 실력만이 전부는 아니다. 선수 배후의 한국 시장도 당연한 고려사항이다. 이미 박지성과 박찬호 영입을 통해 유럽축구와 메이저리그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끌기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한국이나 일본 등 선수 영입에 큰 돈을 써도 충분히 그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그들은 지갑을 연다.

결국 소위 프리미어 구단들의 관심은 시장확대를 통한 더 큰 돈벌이에 있다. 논란의 중심인 EPL 구단들의 해외 원정 연습경기도 마찬가지다. 올해도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은 프리시즌 기간에 총 17만2413마일(27만7472㎞)을 이동하며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지구 7바퀴를 도는 어마어마한 거리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호주, 노르웨이 등을 돌며 연습경기를 치른다. 총 이동거리만 3만6158㎞로 가장 먼 여정을 계획하고 있다. 첼시 역시 호주, 미국, 독일 등에서 치러질 연습경기를 위해 2만3100㎞를 이동한다. 맨유는 중국 상하이,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고, 크리스탈 팰리스는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경기를 치른다. 아스널은 미국과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에서의 경기가 예정돼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레스터시티도 미국에서 친선경기를 한다.

무리한 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전 지구를 돌며 돈벌이에 나서는 축구 '세계화' 흐름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08년 EPL클럽들은 아시아 등에서의 해외 공식경기를 추진했지만 거센 반대의 목소리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돈벌이를 위한) 책임감 잃은 행동"이라며 영국의 월드컵 개최에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타 대륙 축구연맹들도 한 목소리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도 EPL 구단의 해외 연습경기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 USA투데이 칼럼니스트 마틴 로저스는 "각 클럽이 정예멤버를 출전시키는 것도 아닌데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미국 축구팬들에게 실망만 남길 수 있다"고 일갈했다.

축구 세계화의 명분 하에 돈이 되는 시장 확대를 노리는 EPL 구단들이 갈수록 커져가는 반작용 속에 어떤 민낯을 드러낼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