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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반 우려반 맞이한 새 안방마님의 활약이 눈부시다.
울산 현대 골키퍼 정 산(27)이 연일 선방쇼를 펼치면서 주목받고 있다. 정 산은 17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에서는 2실점을 했으나 고비마다 선방을 펼치면서 팀의 3대2 승리를 지켜냈다.
개인적으로 정 산에에는 프로데뷔 8시즌 만에 맞은 두 번째 기회다. 경희대 재학 중이던 2009년 강원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한 정 산은 두 시즌 동안 단 한 차례 출전 기회도 잡지 못한 채 2011년 성남으로 이적했다. 성남으로 이적한 첫 시즌에도 1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벤치 신세는 장기화되는 듯 했다. 이듬해 19경기에 나서 21실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하는 듯 했으나 전상욱, 박준형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다시 설 자리를 잃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으로 이적했지만 주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했다.
울산에서도 가시밭길은 계속됐다. '2인자' 자리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후배 장대희(22)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주전 골키퍼 김용대가 부상을 하자 윤 감독은 와신상담하던 정 산을 호출했다. 앞선 3시즌 동안 1군 출전 경험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정 산을 선택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웠다. 불안감이 큰 장대희와 실전 경험이 없는 정 산 대신 새 골키퍼를 데려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윤 감독은 "골키퍼 추가 영입은 없다"고 일축하며 정 산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지난 9일 FC서울과의 리그 19라운드에 첫 출격한 정 산은 무실점 무승부를 이끈데 이어 13일 인천과의 FA컵 8강전에서도 선방을 펼치며 4대1 대승을 이끌었다. 광주전에서 수 차례 실점 위기를 넘기면서 숨은 실력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주전 김용대의 벽은 여전히 높다. 김용대가 복귀하면 정 산은 다시 익숙한 벤치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영원한 주전은 없다. 간절했던 그라운드에서 한풀이 하듯 실력발휘를 하고 있는 정 산이 과연 '후회없는 도전'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주전 자리를 지켜낼 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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