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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원더비'에 이변은 없었다.
수원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에서 수원FC를 1대0으로 제압했다. 지난 5월 첫 맞대결 2대1 승리에 이은 수원더비 연승이다. 더불어 최근 2연패로 서포터스 항의 소동을 겪었던 수원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도 성공했다.
어느새 강등권 문턱까지 내려간 수원, 최하위에 고착된 수원FC의 맞대결은 서로 필승에 올인해야 하는 무대였다. 그만큼 후반부터 본격화된 정면 충돌이 흥미로웠지만 '수원더비'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모험'으로 시작하고 '함성'으로 끝냈다
조덕제 수원FC 감독도 모험을 걸었다. 전반 버티기를 위해 스리백을 앞세운 조 감독은 베스트 멤버 김근환을 벤치 대기시켰다. 후반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전략이다. 막상 뚜껑이 열리니 '모험'으로 인해 서로 조심스러웠다. 수원은 상대의 두터운 수비벽에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해결사가 필요했다. 전반 17분에 나타났다. 에이스 권창훈이었다. 권창훈은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선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공을 기다리고 있다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그물을 흔들었다. 상대 선수의 볼처리를 어렵게 하기 위해 허리 높이로 절묘하게 찔러 준 코너킥 키커 염기훈의 솜씨도 돋보였다. 예고한 대로 후반 들어 김근환을 투입시킨 수원FC의 투지도 빛났다. 연이은 수원의 공세에 추가 실점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추가시간이 6분이나 주어질만큼 끝까지 혈투를 벌인 두 팀. 종료 휘슬이 울리자 관중석에서는 승패를 떠나 양 팀을 향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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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흥행매치로 자리잡다
'수원더비'는 이날 두 번째를 맞아 K리그의 새로운 명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음을 입증했다. 지난 5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첫 더비는 관중 1만1866명이, 이날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1만8891명이 운집했다. 자존심 대결도 후끈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경기장 주변은 진풍경을 연출했다. 수원FC 서포터 1000여명이 수원화성 연무대(창룡문)에서 수원월드컵경기장까지 2.3㎞ 구간에서 거리행진을 펼쳤다. 대형 깃발과 우렁찬 응원가를 앞세운 수원FC 팬들은 1시간 전 연무대에서 선수단 사인회, 페이스페인팅 등 이벤트로 축제 열기를 한껏 끌어올린 상태였다. 이들이 수원 서포터스석 반대쪽으로 입장하면서 펼쳐진 양측의 응원대결로 경기장 안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질세라 수원은 특별 응원가와 스페셜 로고를 선보인 것을 비롯, '수원더비'를 상징하는 스페셜 기념품 이벤트를 마련했다. 골수 수원 삼성팬인 배우 김상호까지 시축자로 초청해 응원 분위기를 달구고 유대감을 자극했다. 절정은 경기 직전 전광판 특별 영상이었다. 김 호 전 감독, 박건하(서울이랜드 감독), 이운재(올림픽대표팀 코치), 정성룡(일본 가와사키), 박지성 등 수원이 낳은 축구 레전드들이 이날 경기를 축하하는 영상메시지를 전했다. 반가운 얼굴이 등장할 때마다 빅버드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 열기는 경기 시작 후까지 이어졌다. 한때 수원의 부진을 꾸짖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수원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라운드를 응원의 함성으로 가득 채웠다. 수원FC도 질 수 없다는 듯 일당백의 목소리로 '응원 배틀'을 벌였다. 날이 저물어 폭염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수원더비'의 열대야가 식지 않는 열기를 뿜어댔던 수원의 한 여름밤 풍경이었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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