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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으뜸, 광주에 남기고픈 '마지막 선물'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7-06 22:55


이으뜸(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5월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에서 상주 박기동(오른쪽)과 치열한 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꼭 선물을 남기고 싶어요. 그만큼 고맙거든요."

이으뜸(27·광주)의 목소리가 단단하다. 이으뜸은 광주의 왼쪽 풀백이다. 활발한 공격가담 능력과 예리한 왼발 킥의 소유자.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에 새 바람을 몰고 온 광주의 핵심 멤버다.

하지만 우중충한 장마철 날씨 속에 이으뜸의 얼굴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 이으뜸은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포항전에 선발로 나섰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의기양양했던 이으뜸. 예기치 못한 사고를 쳤다. 전반 9분 골키퍼 최봉진을 향한 헤딩 백패스가 포항 공격수 양동현에게 전달됐다. 유유히 광주 문전을 헤집고 들어간 양동현은 여유있는 터치로 광주 골망을 흔들었다. 결승골이었다. 이으뜸은 가슴 속 통한의 눈물과 빗 속에 질퍽해진 땅을 쳤다. 이으뜸은 "그 때 생각만 하면 정말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원래 애매한 상황에서 걷어내는 편인데 이상하게 그 날 따라 생각이 많았다"며 "내 실수로 인해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패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남기일 광주 감독에게 꾸중을 들었을까. 아니었다. 그래서 더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단다. 이으뜸은 "감독님께서는 내가 잘못한 부분만 명확이 짚어주셨다. 그리고 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그저 주눅 들지 말고 내 플레이를 하라는 말씀밖에…." 쉽게 말을 잇지 못했던 이으뜸. "죄송하고 미안한 만큼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구름이 걷히니 이으뜸도 정신을 다잡았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나는 솔직히 정말 간절하다."

K리그 클래식도 어느덧 중간 지점을 돌았다. 이으뜸도 쉼표 없이 달려왔다. 숨 돌릴 틈은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한다. "진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 무엇일까.

이으뜸은 이번 시즌 중 광주를 떠나야 한다.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경찰팀인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안산 무궁화에 입대할 예정이다. 이으뜸은 "원래 14일에 입대예정이었다. 그런데 훈련소 인원이 꽉 차서 10월 6일 입대를 하게됐다"며 "다행히 광주를 위해 땀 흘릴 시간이 조금 더 많아졌다"고 했다.

광주와의 작별을 3개월여 남겨둔 시점. 이으뜸은 이별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이으뜸은 "내가 팀에 해줄 것은 열심히 뛰는 것 밖에 없다. 광주는 올 시즌 6강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광주는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킨 아주 고마운 구단이다. 나도 입대 전까지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앞둔 남자의 순정같다는 말에 대한 이으뜸의 반응? "당연하다. 광주는 나를 키워준 팀이나 다름없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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