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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가 또 한번 정상에 우뚝 섰다.
지네딘 지단 감독(44)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29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2015~201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14분만에 터진 라모스의 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후반 33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카라스코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연장에 돌입했다. 120분 간의 팽팽한 공방. 승부는 결국 승부차기로 접어들었다. 비로소 레알 마드리드가 웃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네 번째 키커 후안프란이 실축했다. 호날두가 팀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서 쐐기를 박으며 환호했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팀 통산 열한 번째 빅이어(UCL 우승컵)를 들어올렸다.
지단 감독은 1월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후임으로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에 앉았다. 지단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를 맡기 전 구단 유소년팀과 2군팀을 지도했다. 감독 경력은 단 2년 6개월여. 레알 마드리드라는 거함을 맡기에는 다소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 섞인 평가 일색이었다. 더 나아가 팀의 레전드 지단을 위해서라도 감독직은 차후에 시간을 두고 맡겨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숱한 우려에도 유럽 최정상에 오른 지단 감독. 특별한 비결이 있었을까. 지단 감독은 가장 먼저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쇄신했다. 베니테스 감독 시절 부각됐던 호날두-베일 불화설이 자취를 감췄다. 연일 흘러나오던 주축 선수들의 이적설도 진화됐다. 비결은 소통. 지단 감독은 팀 훈련 때도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평소에도 선수들과 개인 면담을 자주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단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존경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단 감독은 선수 시절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수상은 물론 1998년 월드컵 우승까지 경험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리그와 UCL 우승을 포함 수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자타가 인정하는 레전드 중에 레전드. 때문에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도 지단 감독에게만큼은 절대복종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날 결승전에서도 나타났다. 연장전 돌입 전 휴식시간에 지단 감독을 중심으로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이 동그랗게 모여섰다. 선수 전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지단 감독의 지시를 경청했다.
적절한 전술변화도 성공의 주춧돌이었다. 지단 감독은 베니테스 감독 시절 실종됐던 미드필드 플레이를 부활시켰다. 베니테스 감독은 크루스를 중심으로 모드리치, 로드리게스를 좌우에 배치했었다. 모두 공격 능력이 출중한 자원들이다. 잘 풀릴 때는 가공할 화력을 퍼붓지만 안정감이 부족했다. 전력이 탄탄한 팀을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지단 감독은 수비력을 갖춘 카세미루를 중원에 세우고 모드리치, 크루스를 끌어올리며 공수 균형을 맞췄다. 한층 단단해졌다. 지난해 11월 바르셀로나에 0대4로 무너졌던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달 3일 2대1 승리를 거두며 복수에 성공했다. 레전드 출신 '초보 감독'의 성공신화. 결코 운이 아니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