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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은 훈련과 경기의 반복이다.
그러나 선수가 훈련만 하고, 경기에 뛰지 않는다면 가치는 떨어진다. 대표팀은 그 나라에서 가장 볼을 잘 차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집합체다. 물론 부상 등 변수가 도사리고 있지만 누가 발탁되든 짧은 시간에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A매치 주간이 다시 열린다. 슈틸리케호는 6월 1일 오후 11시30분(이하 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스페인, 5일 오후 10시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와 친선경기를 치른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첫 유럽 원정이다. 스페인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6위, 체코는 29위다. 54위인 한국보다 클래스가 높다.
슈틸리케 감독은 23일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유럽 원정 2연전에 나설 20명의 태극전사를 발표했다. 몇 차례 경고음이 있었다. 훈련과 경기의 간극 차가 기준.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대표팀 선발은 어렵다." 3월 A매치 기간에 밝힌 슈틸리케 감독의 최후통첩이었다.
예고는 현실이 됐다. 결국 칼을 빼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본보기'로 유럽파의 한 축인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을 제외했다. 3월 소집에서 이미 우려가 나온 김진수(호펜하임)도 재승선에 실패한 가운데 박주호(도르트문트)는 부상으로 명단에서 빠졌다. 이청용의 경우 다소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단호했다. "이청용은 박주호 김진수와 비슷한 상황이다. 세 선수는 올 초부터 꾸준한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출전명단에도 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딱히 상황이 변하지 않아 이번에 선발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신을 지켰고, 그의 목소리에는 한껏 힘이 실렸다.
이청용은 최근 막을 내린 2015~2016시즌에서 12경기 출전, 단 1골만을 기록했다. 선발 출전은 고작 네번, 리그 출전시간은 375분이었다. 김진수와 박주호도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암울한 시즌을 보냈다. 반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김영권(광정우 헝다)의 경우 불가항력적 부상으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경기력에서도 냉정한 잣대를 들이댔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울산)의 제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기량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적극 옹호했었다. 부상 기간을 제외하고는 늘 그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최전방에는 이정협 대신 석현준(포르투)과 황의조(성남)가 선택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과 이정협, 둘을 놓고 고민했다. 석현준은 최근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지만 FC포르투라는 강팀에서 뛰었다. 그전에 출전했을 때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석현준의 컨디션을 지켜봐야 하지만 그래도 발탁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이정협은 주말마다 지켜보고 있지만 9번 스트라이커 자원으로선 득점력이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나간 자가 있으면 들어온 자도 있었다. 윤빛가람(옌벤 푸더) 윤석영(볼턴) 이 용(상주) 임창우(알 와흐다) 등이 새로이 부름을 받았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윤빛가람에 대해 "제주 시절부터 지켜봐왔다. 옌벤에서 치른 경기도 두 차례 지켜봤다. 지켜본 결과 윤빛가람의 실력과 축구 센스라면 구자철의 부상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다만 권한 행사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이름값으로 선수 선발을 고집할 경우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번 선택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산다. 또 태극마크에 걸맞은 기량을 펼쳐야 한다.
선수들도 달라져야 한다. 팬들이 알만한 해외파는 대부분 국내 무대가 좁아 눈을 외국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들이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다면 한국 축구로선 큰 손실이다. 적어도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새 구단을 물색해야 한다.
유럽 원정 2연전이 전부가 아니다. 9월에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시작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슈틸리케호는 최상의 멤버를 꾸려야 한다.
선수들의 이름이 잊혀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늘 깨어있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태극전사들에게 던진 엄중한 화두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