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20주년 맞은 FA컵, 매력은 '이변'과 '저비용'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5-10 18:21



프로축구는 '장르'가 다양하다.

K리그는 메인 이벤트라 볼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며 8~9개월간 대장정이 이어진다. 노출 빈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몫인 국제 클럽 대항전이다. 각 국 리그의 수준에 따라 출전 티켓이 다르다. K리그는 아시아 최다인 3.5장을 보유하고 있다. 각 국 리그에서 선택받은 최고의 팀들만 출전할 수 있고, 정상에 서는 순간 명예와 부가 함께 따른다. K리그의 우승 상금이 5억원인 데 비해 ACL은 300만달러(약 35억원)나 된다.

대회는 또 있다. 시즌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는 FA컵이다. 주체도 다르다.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한다. 올 시즌 FA컵은 이미 3월 막이 올랐다. FA컵은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다.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도 출전할 수 있다. 1996년 첫 발을 내디딘 FA컵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규모는 단연 으뜸이다. 올 시즌 83개팀이 출전한다. K리그 클래식(1부) 12개팀과 챌린지(2부) 11개팀, 내셔널리그 10개팀, K3리그 20개팀, 대학 20개팀, 생활축구 10개팀이 그라운드에 선다.

3, 4월 관심권 밖에 있었던 이유는 있다. 아마추어 팀들이 1라운드에서 먼저 첫 발을 뗐다. 챌린지가 지난달 열린 3라운드부터 가세했다. 4라운드인 32강전이 11일 전국 16개 구장에서 벌어진다. 비로소 진검승부가 시작된다. 우승권과 가장 가까운 클래식 12개팀이 4라운드부터 FA컵에 뛰어든다.

사실 역사는 FA컵이 가장 오래됐다. FA컵 어원이 바로 '축구종가' 잉글랜드축구협회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정관사 'The'를 붙여 'The Football Association(FA)'이라고 사용한다. '축구종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외 국가들은 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 앞에 각 국의 영문 첫 글자를 붙인다. 대한축구협회는 KFA로 통용된다.

FA가 주관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대회가 바로 FA컵이다. 최초의 FA컵은 1871년 11월 11일 열렸고, 각 국으로 전파됐다. 잉글랜드 FA컵의 경우 2015~2016시즌 736개팀이 참가했다. 올 시즌 맨유와 크리스탈팰리스의 결승전만 남았다. 결승전은 '축구 성지'인 런던 웸블리에서 열리며, 매 시즌 마지막을 장식한다.

FA컵을 관통하는 두 화두는 '이변'과 '저비용 고효율'이다. 이변은 FA컵만이 가진 최대 묘미다. 아마추어팀들이 프로팀을 저격하는 반란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잉글랜드에서는 '자이언트 킬러(Giant-killer)'라는 대명사가 만들어졌다. '칼레의 기적'도 빼놓을 수 없다. 1999~2000시즌의 프랑스 FA컵이었다. 정원사, 수리공 등으로 구성된 4부리그의 칼레는 2부리그 칸, 릴에 이어 1부리그 스트라스부르와 디펜딩챔피언 보르도마저 꺾고 결승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칼레의 도전은 '무한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최근 빈도가 잦아졌지만 국내의 FA컵도 이변이 있었다. 2004년에는 직장인 구단인 재능교육이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5년에는 프로팀들을 차례로 따돌린 현대미포조선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K리그 팀들간에도 이변을 이야기할 수 있다. 2001년에는 K리그 최하위팀이었던 대전이 FA컵에서 우승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시민구단 인천이 창단 후 첫 FA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반면 '저비용 고효율'은 '이변'과 대척점에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FA컵의 최대 선물은 우승팀에게 돌아가는 한 장의 ACL 출전 티켓이다. 한 시즌 내내 땀을 쏟아야 하는 K리그의 2.5장과 비교하면 그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클래식 팀들에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32강→16강→8강→4강은 단판 승부다. 4경기만 승리하면 결승 진출이다. 단 하나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 결승전이다. 2007년 이후 9년 만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 부활했다. 올해 결승 1, 2차전은 11월 30일과 12월 3일 열릴 예정이다.

FA컵은 색다른 재미가 있다. 단판 승부에서는 끝을 본다. 전후반 90분 동안 결판이 나지 않을 경우 연장전을 치른다. 그래도 희비가 엇갈리지 않으면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로 이어진다.

11일은 FA컵의 날이다. 16강 진출팀들이 단 한 경기로 결정된다. 자존심의 대결이다. 양념은 역시 이변이다. 클래식 팀들은 이변에 떨고 있고, 하위리그 팀들은 '밑져야 본전'이다. 정면 충돌 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FA컵의 권위를 격상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우승 상금도 2억원에서 상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FA컵에 대한 더 큰 관심을 기대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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