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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란 자리, 역시 쉽지 않다. 한 고민을 넘으니 또 다른 고민이 기다린다.
포항이 조금씩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포항은 8일 원정에서 '대어' 서울을 3대1로 잡았다. 지난 라운드에서 '난적' 제주에 1대0 승리를 거둔데 이어 기분 좋은 2연승이다. 순위도 8위에서 단숨에 5위로 올라섰다.
공격도 살아났다. 스리톱으로 변화를 택하자 양동현이 부활했다. 양동현은 서울전에서 1골-1도움을 올렸다. 제주전 결승골에 이어 리그 2경기 연속골이다. 최 감독은 심동운-이광혁 좌우 날개에게 양동현이 만든 공간을 파고드는 임무를 맡기고 대신 좌우 윙백들에게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크로스를 주문했다. 박선주는 포항의 새로운 돌격대장으로 떠올랐고, 공격수 강상우는 윙백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전방으로 볼이 공급되자 '타깃형 공격수' 양동현이 활약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가 마련됐다. 팀 적응에 성공한 양동현은 딱 부러지는 활약으로 포항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골이 없었던 라자르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문제는 문창진이다. 문창진은 포항의 에이스다. 하지만 포메이션 변경 후 뛸 포지션이 마땅치 않다. 문창진은 서울전에서도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최 감독은 당분간 3-4-3 포메이션을 유지할 생각이다.
최 감독의 머리 속에서 문창진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물론 문창진을 측면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창진은 공간을 찾아 들어가기 보다는 볼을 잡고 플레이하는 것을 즐긴다. 문창진을 측면에 포진시키면 지금 위력을 보이고 있는 양동현 중심의 공격라인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감독은 "창진이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금 포메이션에서 마땅히 투입할 자리가 없다. 창진이 사기가 떨어지지 않게 잘 달래주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선수라 나도 고민이 많다"고 했다.
고민을 넘으니 또 찾아온 고민. 또 다른 해결책이 필요한 최 감독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