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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웃지는 못했다.
'손샤인' 손흥민(24·토트넘)이 생애 가장 극명한 희비를 경험했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에서 리그 3호골을 기록했다. 12월 왓포드전 이후 4개월만에 터진 리그 골이었다. 모든 대회로 범위를 넓히면 3월 도르트문트와의 유로파리그에서 골을 터트린 후 47일만에 나온 득점포였다. 시즌 7호.
이후는 악몽이었다. 첼시가 조금씩 힘을 냈다. 후반 13분 코너킥 상황에서 혼전이 벌어진 틈을 탄 케이힐이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트렸다. 포체티노 감독은 20분 손흥민을 빼고 메이슨을 투입했다. 이 선택은 결국 패착이었다. 동력을 잃은 토트넘은 공격과 수비에서 균열이 오기 시작했다. 결국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38분 아자르가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찬 공이 토트넘의 골망을 갈랐다. 무승부는 의미가 없는 토트넘 선수들은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12명의 선수 중 9명이 경고를 받았다. 마지막 반전까지 무산된 토트넘은 결국 55년만의 우승도전을 마감해야 했다.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친 토트넘(승점 70)은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레스터시티(승점 77)에 우승을 내줬다.
팀에 승리를 안기는데는 실패했지만 손흥민의 활약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압박, 투지, 스피드, 결정력 등 이전 경기들에서 아쉬웠던 모습을 한번에 날려냈다.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더했다. 영국 언론도 호평을 보냈다. 경기 후 영국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 닷컴은 손흥민에 평점 7.5점을 부여했다. 이는 선제골을 터트린 케인(7.7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다음시즌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웃지는 못했지만 분명 얻은 것은 있었던 첼시전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