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동아대회 출전, 실보다 득이 많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4-24 18:58


21일 오후 전 수영국가대표 박태환이 25일부터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리는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 훈련을 마치고 귀국했다.

박태환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21.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27)이 명예회복을 향해 물살을 가른다.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태환은 25일부터 닷새간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리는 동아수영대회를 통해 공식 복귀한다. 2015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하는 대회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선수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2일 징계가 끝나면서 재기의 길도 열렸다.

하지만 박태환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낸다고 해도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어렵다. 최근 대한체육회가 '도핑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정한 현행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고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이중처벌 금지에 해당한다'는 논란이 일자 대한체육회도 한때 규정의 개정을 검토했지만 "특정 선수를 위한 개정은 적절치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럼에도 대한체육회를 향한 박태환의 무언의 절규는 오직 '기록'뿐이다. 만약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만한 메달권 기록이 나온다면 '박태환 구제론'에 대한 여론은 힘을 얻을 수 있다. IOC의 원칙과 위배되는 현행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정반대 경우도 있다. 뜻밖에도 박태환의 기록이 저조하면 옹호 여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실낱 같은 희망마저 끊어질 수 있다. 도핑 파문의 불명예를 벗을 기회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회 출전의 득실을 따져보면 박태환에겐 실보다 득이 더 많아 보인다. 국내에서 박태환과 어깨를 겨룰 만한 선수는 아직 없는 상황. 박태환이 국가대표 자격을 얻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월드 클래스를 증명하는 무대는 될 수 있다. 기록이 좋을 경우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향후 또 다른 기회를 노려볼 수도 있다. 규정에 묶여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대회 참가를 결정한 사실에서 기록에 대한 박태환의 자신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박태환이 대회를 마친 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2011년 CAS는 '약물 복용과 관련해 6개월 이상 징계를 받은 선수는 바로 다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IOC 규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도핑 선수는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영국올림픽위원회(BOA)의 규정도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지적을 받은 이후, BOA가 WADA를 상대로 CAS에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결국 폐지됐다. 박태환이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CAS에 소송을 제기하면 앞선 판례대로 승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CAS가 스포츠단체의 결정을 심판 대상으로 다룰 수는 있지만, 스포츠단체의 규정 자체를 직접 심판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로선 박태환이 실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결국 독보적 실력발휘를 통해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내며 대한체육회에 어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박태환은 박태환은 자유형 4개 종목에 참가신청서를 냈다. 첫째 날인 25일 1500m를 시작으로, 26일 200m, 27일 400m, 28일 100m 경기에 나선다. 박태환의 소속사 팀GMP 관계자는 22일 "박태환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며 "오랜만의 공식 경기인 만큼 좋은 기록을 내는 데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환은 대회를 마친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박태환이 이번 대회를 통해 명예회복과 그 이상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이목을 끄는 대회 출전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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