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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제주전 '400'의 대결 제주가 극적인 '만세'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4-17 18:05





17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6라운드 울산-제주전의 키워드는 '400'이었다.

울산의 베테랑 수문장 김용대가 K리그 통산 11번째 400경기에 출전했고, 제주는 구단 5번째로 400승을 노렸다.

같은 숫자의 대기록을 놓고 '동상이몽'을 꾸게 된 한판인 셈이다. '400'에 부여하는 의미도 달랐다.

김용대는 출전 400경기에 그치면 안된다. 올 시즌 홈 2연승 및 5경기 연속무패 행진까지 이뤄내야 기록 달성의 의미가 컸다.

제주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발목을 잡았던 '원정 징크스'를 깨야 400승이다. 올 시즌에도 홈 3경기(2승1무)에 비해 원정은 2전 전패였다.

'400'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울산 김용대는 웃다가 울었고, 제주는 활짝 웃었다. 1대0 신승을 거둔 제주가 원정 무승 사슬을 끊고, 3승1무2패(승점 10)로 울산의 4위자리를 빼앗았다.

제주 "원정 징크스는 이제 없다"

제주 조성환 감독은 경기 시작 전 고단했던 울산 원정길을 언급하며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16일 제주 등 남부지방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악천후 때문이다.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오후 1시30분 출발했는데 대구공항을 거쳐 울산에 여정을 푸니 저녁 8시30분이더란다. 게다가 비행 도중 악천후로 인한 터뷸런스 현상 등으로 피로도는 가중됐다. 조 감독은 "작년처럼 징크스 소릴 듣지 않으려면 이번에 꼭 이겨야 하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우려대로 제주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을까. 이렇다 할 화력을 뽐내지 못했다. 초반에 패스게임을 하는 듯 하더니 울산처럼 '롱볼'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아졌고, 적극적인 사이드 공략도 없었다. 올 시즌 대표적인 공격 팀이지만 전반 슈팅 4개, 유효슈팅 1개뿐이었다. 후반 들어 달라졌다. 문상윤 이근호를 투입하며 공세를 높여나갔다. 하지만 상대 '400'의 사나이 김용대의 선방에 번번이 울었다. 하지만 울산에 독을 품은 이가 물꼬를 텄다. 과거 울산에서 방출됐던 정 운이 후반 43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이광선의 선제골을 입에 넣어줬다. 정 운은 그동안 "울산 만큼은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한풀이를 제대로 한 것이다. 결국 제주는 이근호 교체투입으로 흔들린 울산을 정 운으로 요리했다. 울산 출신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울산 김용대 '좋다가 말았네'

울산 윤정환 감독은 이날 베스트 멤버에 큰 변화를 줬다. 공격에 중심을 이루던 이정협과 마스다를 아예 뺐다. 지난 주중까지 원정 2연전으로 인해 선수들 피로감이 높아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윤 감독의 설명. 그 만큼 후방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수비축구인 울산은 더 내려섰다. 후방의 중심 김용대의 어깨가 더 무거워 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5라운드까지 총 10골로, FC서울(14골) 다음으로 공격 지향적인 팀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제주가 울산의 탄탄한 수비벽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김용대의 부담도 적었다. 김용대가 마냥 편한 것은 아니었다. 전반 40분 400경기 출전을 자축하듯 눈부신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울산 수비수 강민수가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제주 정영총에게 골키퍼와 1대1 결정적인 찬스를 허용했다. 하지만 김용대는 노련하게 각을 좁혀 나와 정영총의 슈팅을 무력화시켰다. 김용대의 자축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후반 31분 울산은 이창용의 반칙으로 페널티킥 절체절명의 위기를 또 맞았다. 키커는 울산 출신 이근호로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김용대는 이근호의 우중간 킥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공을 덥석 끌어안았다. 곧 이어진 문상윤의 오른쪽 구석 슈팅마저 막아내며 김용대는 슈퍼세이브 쇼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2분전 상대의 프리킥 상황에서 이광선의 헤딩골을 허용하는 과정서 펀칭에 실패했다. 킥의 위치가 골키퍼도 어쩔 수 없는 곳이었지만 400경기 자축에 오점을 남긴 통한의 실점이었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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