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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2)은 3월 A매치에 미드필더 고명진(28·알 라이안)을 깜짝 발탁했다. 복선이 깔려 있었다. 6월 스페인, 체코와의 유럽 원정 2연전 때 기초군사훈련으로 소집이 불투명한 '캡틴' 기성용(27·스완지시티)의 대체자를 찾아야 했다. 때마침 좋은 무대는 마련돼 있었다. 이미 최종예선을 결정지은 상황에서 펼쳐질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7차전(24일), 태국과의 원정 친선경기(27일)였다.
예상대로 고명진은 새 얼굴이 가득한 27일 태국전에 투입됐다. 이날 고명진은 4-2-3-1 포메이션에서 정우영(충칭 리판)과 함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중용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겠다." 자신의 출사표대로 고명진은 장기를 제대로 발휘했다. 빌드업의 핵이었다. 포백 위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안정된 횡패스와 과감한 종패스는 조직력의 출발점이었다. 그 동안 기성용이 슈틸리케호에서 해왔던 임무였다.
답답한 공격이 펼쳐진 후반에도 고명진은 '군계일학'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을 잘 소화했다. 어느 자리에서도 유연한 움직임을 보였다. 멀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후반 14분 역습 상황에선 수비 진영에서 상대 공격 진영까지 80m를 빠르게 돌파하면서 상대 조직력을 흔들기도 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고명진의 발견은 오는 9월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둔 슈틸리케 감독의 위안이었다. 정우영과 한국영(26·카타르SC)으로 고정된 수비형 미드필더 경쟁에 새로운 불씨를 지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귀중한 보석을 하나 더 얻은 셈이다.
고명진의 과제는 하나다. 꾸준함이다. 지난 시즌 카타르 스탓리그 우승을 거머쥔 알 라이안에서 입지를 더 확고히 다져야 한다. 또 6월 A매치 때는 더 확실한 색깔로 기성용의 공백을 지워야 한다.
슈틸리케호에 첫 도장을 찍은 고명진의 꽃은 늦게 피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