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인터뷰]구자철"부상속 최다골,경기력 유지 비결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3-27 19:16



"강팀은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를 따낸다."

'슈틸리케호의 중심'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이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구자철은 24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7차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올시즌 '아우크스부르크 최다득점자'다운 날선 감각을 보여줬다. 후반 왼쪽 종아리 통증으로 교체된 후 '선수 보호'를 위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결단에 따라 27일 태국 평가전에는 제외됐다. 주말 내내 회복과 재활에 전념한 후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직전 인터뷰에서 구자철은 '강팀의 자격'을 말했다. 강등 전쟁중인 소속팀을 배려한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부상 속 개인 최다골, 최고의 활약

구자철은 올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22경기에 나서 7골을 기록했다. 독일 진출 이후 개인 최다골이자 팀내 최다골이다. 지난 2월21일 하노버96 원정(1대0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렸고, 지난 5일 레버쿠젠과의 홈경기(3대3 무)에선 프로 데뷔 후 첫 해트트릭도 기록했다.

사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포칼컵에서 왼쪽 종아리를 다쳤다. 부상을 다독여가며 최고의 결과를 일궈내고 있다. 구자철은 "그라운드에서 뛸 때 부상을 생각하지 않는다. 재미있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다보니 골도 나오는 것같다"고 했다. 24일 레바논전, 장거리 비행후 시차도 극복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의 볼 터치는 발군이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찬스를 만들기 위해 애썼는데, 레바논 수비가 좋았다"며 더 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분데스리가 6년차, 구자철은 프로다. 부상을 영리하게 다스릴 줄 안다. 볼프스부르크에서의 첫시즌, 부상을 참고 '투혼'으로 뛰었다. 장기부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2월 묀헨글라트바흐전 후반 교체투입된 구자철은 손을 들어올렸다. 레바논전에서도 후반 벤치를 향해 교체사인을 냈다. 큰부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키플레이어' 구자철은 감독들이 믿고 쓰는 선수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구자철의 판단을 신뢰하고 존중한다. "왼쪽 종아리를 꾸준히 치료받으면서 컨트롤하고 있다"며 웃었다. 구자철은 출국 전날까지도 칩거한 채 오직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태국전에서 무리하지 말고, 소속팀에 가서 시즌에 충실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선수 입장에선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고개 숙였다.

끝내 이기는 슈틸리케호 '강팀의 자격'

구자철은 2008년 2월17일 동아시아축구선수권 중국전(3대2승), 19세의 나이에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어느새 대표팀 9년차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브라질월드컵, 2015년 호주아시안컵까지 수많은 메이저 대회를 경험했다. A매치 51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수많은 선후배들과 두루 발을 맞췄다. 2016년 '슈틸리케호'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기는 습관'을 이야기했다. "이번 레바논전만 봐도 솔직히 선수들 모두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 골이 터졌고, 결국 이겼다. 각자 힘든 스케줄, 어려운 상황속에 승리했다. 경기력을 떠나 팀이 안정됐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강팀은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를 따내는 팀이다."


구자철은 '올림픽대표팀' 권창훈, 류승우 등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선배다. "후배들에게 경험적인 것을 많이 얘기해주려고 한다. 이 후배들이 올바르게 성장한다면 한국축구가 원활한 세대교체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선수가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한국축구가 '아시아 최강'으로 버틸수 있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부상, 잦은 이동 중에 어떻게 경기력을 유지할지에 대한 내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다"

"다음목표는 시즌 8호골, 아우크스 강등권 탈출!"

구자철은 소속팀, 대표팀에서 명실공히 '팀플레이어'이자 '멀티플레이어'다.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한다. 그러나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올시즌 개인 최다골의 비결 역시 "포지션의 변화"다. 다니엘 바이어의 부상으로 인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됐다. 공격본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구자철은 감독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을 받아냈다. 원하는 자리에 선 하노버전(1대0 승)에서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후반기 첫승을 이끌었다. 후반기 복귀한 공격수 핀보가손 역시 '2선' 구자철의 믿음직한 지원속에 3골을 터뜨렸다. "수비형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서면서 골이 늘었다. 한 포지션에서 계속 훈련하다보니 공격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로 가치를 입증하며, 감독의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바인지를 감독님은 매경기 골에 대한 기대를 직접 표현하신다. 나 역시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남은 7경기에 팀의 명운이 걸렸다. 아우크스부르크(승점 27)는 18개구단 중 15위(28일 현재)다. '강등권' 16위 호펜하임, 17위 프랑크푸르트와 승점이 같다. 13위 담슈타트, 14위 브레멘(이상 승점 28) 등과도 승점 1점차에 불과하다. 강등의 위험도 있지만, 급등도 가능하다. 스트라이커들의 부진 속에 '강등 구세주' 구자철의 발끝에 기대가 쏠린다. 공격포인트 목표를 묻자 "일단 8호골"이라고 신중하게 답했다. "한골, 한골 넣다보면 두자릿수 골도 넣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8호골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두자릿수 골을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의 플레이에 집중하며 기회를 살릴 것이다. 일단 팀이 강등권을 탈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눈빛을 빛냈다. '강등 구세주' 구자철의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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