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발품스토리]바르샤 팬들 가방 버린 사연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6-03-17 18:00


관중들이 가방을 버린 채 입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이건 스포츠조선 기자]바르셀로나에 비가 내렸다. 비가 잘 내리지 않는 바르셀로나였기에 대차게 내리는 비는 하나의 축복이었다. 축제를 더 풍성하게 했다.

더욱이 바르셀로나와 아스널의 2015~201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아스널을 3대1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그 현장을 따라가봤다.

경기장 입장권을 구하는 것조차 전쟁이었다. 물론 바르셀로나의 연간 회원인 소씨오들에게는 수익 창출의 장이었다, .바르셀로나 쏘시오들은 모든 경기에 대한 티켓 신청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이번 아스널전은 수익 창출의 기회였다. 이미 1차전에서 완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 승부가 바뀔 확률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연간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표들이 대거 시장에 풀렸다. 티켓 구매 루트는 여러가지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남는 표가 많았다. 람블라 거리에 있는 티켓 창구를 이용하기도 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경우에는 국내 사이트를 통해 표를 구매하기도 했다. 현지 티켓 구매 사이트도 있었다. 경기장 근처에는 암표를 파는 사람들도 즐비했다. 관광객들이 지나갈 때 마다 '띠껫! 띠껫'이라며 붙잡았다. 그렇게 9만명에 달하는 관중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해 누캄프로 몰려갔다.

경기 시작 전 누캄프 전역은 혼돈 그 자체였다. 배수가 잘 안되는 인도는 이미 물난리였다. 입장권 검사와 몸수색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이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관중들이 들고 있는 우산까지 맞물렸다. 고작 10미터 나아가는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경기장 주변은 더욱 혼돈이었다. 빨리 진행하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도 있었다. 빅게임 앞에서 가방을 버리는 이들도 속출했다. 누캄프 내에는 백팩 반입이 안된다. 때문에 보안 관계자들은 가방을 버리든지 들어가지 말든지 선택하라고 했다. 일부 관중들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아들에게 축구를 설명해주는 아버지
경기장에 들어섰다. 말 그대로 '풋볼 플래닛(축구 행성)'이었다. 전세계 각국에서 오는 관중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경기장 위인 3층에는 그야말로 인종 전시장이었다. 스페인어과 영어는 기본이었다. 관중석 곳곳에서 프랑스어, 독일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가 날아들었다. 과연 스페인에 온 것인지 아니면 그 외 다른 나라에 온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탄성을 똑같았다.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 등 스타 선수들이 멋진 장면을 만들면 다들 '와~'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 와중에 경기 내내 딱 한번 빼고 탄식과 욕설을 날리는 이들이 있었다. 경기장 남쪽 코너 쪽에 자리잡은 아스널팬들이었다. 이들은 열정적인 응원을 했지만 결국 완패에 고개를 떨궜다.

경기는 끝났다. 사람들은 다들 누캄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잔뜩 비맞은 몸으로 귀로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도 전쟁이었다. 택시는 보이지도 않았다. 근처 콜블랑역은 인산인해였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사람들로 꽉 막혀있었다. 걸어서 25분 거리인 산츠역 광장까지 걸어가는 이들도 많았다. 일부 사람들은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누캄프 근처 펍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더러는 같은 시각 벌어지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유벤투스의 연장전을 지켜보기도 했다. 인근 사설 바르셀로나 용품점에서 기념품을 구매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 사이 비가 그쳤다. 우산을 접고, 우비를 벗으면서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단 한 무리. 아스널팬들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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