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준호(24·포항)의 지난 시즌 기록은 9골-4도움이었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수준급의 기록이었다. 손준호는 이재성(전북) 권창훈(수원)과 영플레이상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손준호는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포항은 올 겨울 손실이 많았다. 김승대(옌벤) 고무열(전북) 조찬호 신진호(이상 서울) 등이 차례로 빠졌다. '에이스' 손준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당연히 지난 시즌 실패한 두자릿수 득점을 예상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골보다 어시스트를 많이 하고 싶다."
손준호는 자신이 중심이 된 포항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골이 아닌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 목표가 우선이다. 형들이 많이 나가서 팀 내에서도 이제 중간이 됐다. 내가 해줘야 하는 것은 리딩이다. 공격수들이 골을 넣으면 팀이 더 살아난다. 골욕심 보다는 더 많은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움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달라진 포항의 변화도 손준호의 결심에 한 몫을 했다. 최진철 감독이 새로 부임한 포항은 패싱축구를 강조하는 기존의 '스틸타카'에 세밀함과 속도를 더한 '스피드 축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손준호는 "감독님이 빠른 축구를 원해서 스타일이 나와 잘 맞는다. 전방에 빠른 선수들이 건재해서 감독님이 강조하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포항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물었더니 손준호는 눈을 번쩍였다. 그는 "우리는 매년 위기라고 했지만 항상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올해라고 달라질 것은 없다. 포항이라는 팀이 누가 나간다고 못하는 팀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포항은 유스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함께 하다보니 프로에 와서도 마음이 잘 맞는다. 서로의 장점을 잘 아니까 서로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도록 도와준다. 그게 포항의 힘"이라며 "물론 전북, 서울 등이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축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날 컨디션, 전술적인 부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물러설 마음도 없고, 지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기초군사훈련을 막 끝낸 손준호는 머리가 짧았다. "기를려고 하는데 잘 안자란다"고 웃었다. 머리가 자란 후 손준호는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까. 그의 발끝에 올 시즌 포항 성적이 달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