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준의 발롱도르]논란의 호날두, 그리고 공격수의 이기주의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2-28 20:5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FPBBNews = News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레알 마드리드는 28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더비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2015~2016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 홈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시즌 4패 째를 안은 레알 마드리드는 16승6무4패(승점 54)에 그치며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18승4무4패·승점 58)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한 경기를 덜 한 선두 바르셀로나(20승3무2패·승점 63)와의 격차도 좁히지 못했다. 사실상 역전 우승에서 멀어진 패배였다.

호날두가 경기 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만약 모든 선수들이 내 수준의 기량을 갖췄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헤세 로드리게스와 루카스 바스케스, 마테오 코바시치 같은 선수들은 주력 선수들의 기량에 못 미친다"고 했다. 이 발언은 즉각 논란을 일으켰다. 현지에서는 호날두가 경솔했다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호날두의 동료 세르히오 라모스는 "호날두를 잘 아는데 동료들을 공격하려던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의견을 최선의 방식으로 표현하지는 못 한 것 같다. 누구나 의견을 가질 자유는 있다"고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호날두가 직접 나섰다. 그는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를 통해 "동료들의 기량을 폄하한 발언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됐다. 나는 절대로 내가 동료들 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수들의 수준을 논했던 것이 아니라 건강 상태를 언급했던 것이다. 주력 선수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면 팀에 타격이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동료들을 존중한다. 그들을 모욕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호날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간 보여준 호날두의 '이기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호날두는 감독, 동료들과 잦은 불화를 일으켰다. 이유는 한가지다. 자기가 중심에 서지 않았을때다. 호날두는 언제나 자신의 골이 최우선이다. 좋은 위치에 있을때 패스가 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분노를 표출한다. 동료들이 골을 넣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호날두는 자신과 함께 공격 트리오를 형성하고 있는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BBC트리오'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고 있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레알 마드리드팬들 조차 그런 호날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이기주의'는 비단 호날두 만이 아닌 특급 공격수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성격이라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 중심적 사고'와 정신분석학에서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시시즘'을 갖고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생제르맹),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다니엘 스터리지(리버풀), 호마리우(은퇴) 등이 대표적이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그만의 거만하고 자기 중심적인 태도로 '즐라탄스럽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즐라타네라(Zlatanera)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기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호마리우는 "공격수는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어야 한다. 공격수는 그래야만 한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축구에 대해 설명하며 '포워드는 가장 이기적인 포지션'이라고 했다. 전쟁과도 같은 골문에서 한발 앞서서 골을 넣기 위해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나 아니면 안돼'라는 적극적인 마인드다. 공격수들은 상대 수비수들의 거친 압박과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내가 최고'라는 나르시시즘을 꺼낸다. 이는 욕심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세계의 특급 스트라이커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골욕심을 보인다. 언제나 공을 소유하기를 갈구하고,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를 활용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즐긴다. 한국에서 '탐욕'의 동의어와도 같은 '난사'는 유럽에서 골을 넣기 위한 시도 정도로 용인된다. 공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 중심적인 성향은 경기장 밖에서도 표출된다. 기행을 일삼는 괴짜 선수들 중 대부분이 공격수라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메시 같은 돌연변이도 있지만 공격수는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선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유럽에서 공격수에게 주장을 잘 맡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날두의 이기적인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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