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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회든 죽음의 조는 있기 마련이다.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포항이 속한 H조가 그렇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3위에 오른 포항은 9일 하노이T&T(베트남)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3대0으로 승리하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본선은 더 험난하다. 디펜딩챔피언이자 중국 슈퍼리그 최강 광저우 헝다와 호주 A리그 2위 시드니FC, 일본 J리그 3위 우라와 레즈가 한조에 속했다. 만만히 볼 팀이 없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광저우는 의심할 여지없는 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갖췄다. 시드니FC는 전력보다 호주 원정 일정 자체가 부담스럽다. J리그에서 가장 열성적인 서포터스를 자랑하는 우라와 원정도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새롭게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최진철 감독은 "매경기가 도전"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포항의 올 시즌 전망은 밝지 않다. '스틸타카'라는 새로운 색깔을 만든 황선홍 감독이 팀을 떠났다. 여기에 주력 선수들이 대거 떠났다. '주포' 김승대는 중국 옌벤 푸더로 이적했다. '제2의 황새'로 불렸던 고무열도 전북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주던 신진호와 조찬호는 서울행을 택했다. 김태수도 인천으로 갔다. 그나마 기대했던 외국인 선수도 사실상 영입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 감독은 없는 살림 속에서도 스틸타카에 속도를 더한 '스피드 축구'를 해법으로 내놨다. 손준호 강상우 문창진 등 '메이드 인 포항' 젊은 피들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분명 어려운 상대들이다. 최 감독의 새로운 색깔이 빠르게 자리잡는다면 이변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단 광저우와의 1차전이 중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