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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약 2개월 간의 휴가를 끝내고 17일 입국했다. 지난해 A매치에서 16승3무1패, 승률 80%를 자랑한 슈틸리케 감독은 12월 24일 출국했다. 고향인 독일과 집이 있는 스페인을 오가며 휴가를 보냈다. 딸, 아들 등 가족과 함께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슈틸리케 감독의 머리 속은 시즌 스타트와 선수 점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유럽은 시즌이 한창이지만 국내 무대는 다음 주 첫 발을 내디딘다. 전북, FC서울,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가 출전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가 시작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해 계획은 시즌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구상할 것이다. 다음주 ACL을 시작으로 시즌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열리는 ACL 경기는 다 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12일 K리그 개막에 앞서 중국과 일본도 찾을 계획이다. 그는 "K리그 개막이 중국과 일본보다 1~2주 늦다. 시간이 되면 일본과 중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보러 갈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J리그는 27일, 중국 슈퍼리그는 다음달 4일 개막된다.
올해 첫 A매치는 다음달 24일 레바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7차전이다. 닷새 후인 29일에는 쿠웨이트와 2차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발걸음은 가볍다. 슈틸리케호는 2차예선에서 두 경기가 남았지만 이미 G조 1위로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8월 시작된다. 6월에는 유럽 원정에서 두 차례 평가전도 계획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스페인, 체코와의 2연전을 추진 중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 체코와) 당연히 경기를 치르고 싶은 것이 사실지만 아직 최종 사인을 하지 않았다. 앞선 언론 보도로 악영향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느 경기를 준비할 때나 마찬가지로 6월 경기에 앞서 3월 2차예선 2경기가 먼저 있다. 미리 6월 경기를 준비하기보다 당장 코앞에 다가온 3월의 2연전을 잘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섣부른 전망을 경계했다.
고민도 있었다. 유럽에서 태극전사들의 컨디션을 점검했지만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이 걱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려의 시선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달 레바논과 쿠웨이트전을 준비하면서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을 불러 한 경기 정도 뛰게 해 자신감과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3~4일마다 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회에 나갈 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A대표팀 코치로 자신을 보좌하는 신태용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에 대해서는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신태용호에 축하를 보낸다. 팀이 목표했던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박용우(서울)와 우리 팀과도 함께한 권창훈(수원)과 김 현(제주) 정도다. 나머지 선수는 확고한 주전 위치를 다지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물론 나에게도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올림픽 본선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올림픽대표 선수의 A대표 발탁 여부도 연장선상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팀 이후 다음 단계가 A대표팀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많은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면 매주 주말 보게될 것이다. 그 다음에 A대표팀 발탁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 유럽 강호와의 평가전 등 그의 2016년은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