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입지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12-20 10:03


ⓒAFPBBNews = News1

'손샤인' 손흥민(토트넘) 입지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각) 영국 사우스햄턴 세인트메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턴과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에서 후반 교체투입됐다. 후반 45분 투입돼 단 4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팀은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0 완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승점 29점(골득실 +14)로 맨유(골득실 +8)를 골득차로 제치며 4위로 점프했다.

손흥민은 최근 3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에 실패했다. 11월29일 첼시와의 14라운드에서 부상 후 첫 선발출전에 성공했던 손흥민은 이후 6일 웨스트브롬위치전(1대1 무), 14일 뉴캐슬(1대2 패)전에 이어 사우스햄턴전까지 모두 벤치에서 출발했다. 주목할 것은 출전시간이다. 갈수록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웨스트브롬위치전에서는 후반 20분, 뉴캐슬전에서는 후반 24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사우스햄턴전에서는 후반 45분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사우스햄턴전은 선발 복귀가 유력해보였다. 지난 2경기 교체출전은 나름 이유가 있었다. 웨스트브롬위치전에서는 전주 3경기 연속 선발로 체력이 소진된 상태였다. 뉴캐슬전은 주중 AS모나코와의 유로파리그 풀타임 출전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사우스햄턴전에서는 이렇다할 이유 없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제 부상 후유증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그렇기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구상에서 손흥민이 밀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손흥민은 입단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9월13일 선덜랜드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후 이어진 카라바이와의 유로파리그에서 2골을 몰아넣었고, 그 주 주말 열린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 EPL 데뷔골이자 경기 결승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맨시티전 4대1 대승까지 일조하며 최고의 나날을 보냈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의 활약에 만족감을 보였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손흥민은 2달 정도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했다. 그 사이 토트넘은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10월17일 리버풀전부터 무사 뎀벨레-알리 조합을 중용하며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전까지 포체티노 감독은 측면 자원들을 강조했지만, 리버풀전부터 중앙 공격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뎀벨레는 트레이드마크인 엄청난 키핑력을 바탕으로 공수를 조율했고, 후방에 있던 알리는 2선으로 배치되며 특유의 침투력을 과시했다. 이 조합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두 조합이 만들어지며 케인의 득점력도 살아났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왼쪽 날개로 자리를 바꿔 맹활약을 이어갔다. 포체티노 감독은 뎀벨레-에릭 다이어로 이루어진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에릭센-알리로 이어진 2선 공격진을 대단히 신뢰하고 있다. 이들은 창의력과 패싱력, 기동력을 모두 갖췄다.

결국 손흥민이 노릴 수 있는 위치는 오른쪽 날개 뿐이다. 헌데 이 자리에서도 에릭 라멜라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AS모나코전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라멜라는 EPL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AS로마 시절에는 '제2의 메시' 소리를 들었던 재능이다. 아쉬운 점은 그렇다고 손흥민이 부진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손흥민은 지난 9경기에서 무려 5개의 도움을 기록했으며, 선발로 출전했을 땐 확실히 위협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결국 현 상황은 손흥민의 문제라기 보다는 다른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아직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지옥의 박싱데이 일정이 남아있다. 27일 노리치시티전, 29일 왓포드전이 이어진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토트넘 입장에서 이 지옥의 스케줄을 넘기 위해서는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 공격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손흥민은 아주 유용한 카드다. 손흥민이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팀내 입지를 높일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답은 골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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