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산증인' 최철순이 말하는 전북의 발전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5-11-25 19:06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전북은 신흥명문이다. 1994년 창단 직후에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서며 급격하게 발전했다. 200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이 기점이었다. 이후 K리그 4회 우승(2009년, 2011년, 2014년, 2015년)을 일궈냈다 .

명문으로 올라선 과정을 알고 싶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적임자다. 하지만 시각이 다르다. 지도자의 눈이다. 직접 팀에서 뛰는 선수의 시각이 궁금했다. 최철순(28)이 적임자였다.

최철순은 2006년 입단했다. 2012년 입대해 2014년 전역할 때까지 상주에서 활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전북에서 활약했다. 전북이 거둔 4차례 K리그 우승(2009년, 2011년, 2014년, 2015년)과 1차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2006년)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선수다. 전북의 주포 이동국도 2006년 ACL 우승 때는 없었다. 입단 동시 권순태 역시 2011년에는 상주에서 군복무 중이었다.

최철순에게 '전북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물었다. '경쟁'이라는 단어가 바로 튀어나왔다. "처음 입단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심해졌다"고 했다.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2006년 당시만해도 전북은 지방의 일개 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이 달라졌다. 2006년 ACL 우승이 기폭제였다. 이후 A급 선수들만 들어왔다. 이제 선수단 내에 경쟁이 장난이 아니다. 이런 경쟁때문에 선수들 기량이 좋아졌다. 동시에 팀도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팀들의 시선에서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최철순은 "선수 생활 초기만 해도 다른 팀들은 우리를 무시하다시피 했다. 승점자판기나 마찬가지였다"며 "이제는 달라졌다. 다른 팀 선수들은 우리를 이겨보겠다는 눈빛으로 나오더라. 예전에 우리가 수원이나 서울을 보던 눈빛이었다. 그만큼 전북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했다.

4차례 K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했다. 각각의 느낌이 다 달랐단다. 최철순은 "첫번째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즐거웠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그런가 보다"고 했다. 반면 올 시즌 우승은 덤덤하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딱 2시간만 좋더라. 2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일상으로 돌아와버렸다"고 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우승은 2011년이었다. 2011년 전북은 압도적이었다. 공격과 허리, 수비 모두 밸런스가 탄탄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6위를 차지해 상위팀을 이기고 올라온 울산을 상대했다. 2경기 모두 2대1로 가볍게 눌렀다. ACL에서는 결승에서 아쉽게 졌다. 최철순은 "2011년 당시 팀과 잘 맞아떨어졌다. 상대를 압도하던 해였다. ACL 준우승이 아쉽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또 다른 의미다. 새로운 경험이 많았다. 최철순의 주 포지션은 측면 수비수다.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는다. 올해는 마당쇠 역할을 제대로 했다. 팀이 원하는 자리면 어느 곳이든 달려갔다. 8월 26일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감바 오사카의 핵심 우사미 다카시를 밀착마크했다. 9월 12일 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는 중앙 수비수로 나섰다. 서울의 스트라이커 아드리아노를 제대로 막았다. 3대0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이에 대해 최철순은 "새로운 도전이자 좋은 경험이었다. 큰 도움이 됐다. 축구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고 평가했다.

이제 최철순도 어느덧 프로 11년차로 접어든다. 축구 선수 생활의 후반기를 준비할 시기다. 그에게는 하나의 소망이 있다. ACL 우승이다. "2006년 ACL우승은 얼떨떨했다. 정신없이 선배들 말만 따라갔다. 그러다보니 우승컵이 앞에 있더라. 제대로 만끽하는 법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다르다. 위에 선배들도 있고 아래에는 후배들도 있다. ACL 우승의 즐거움을 알게하고 싶다. 클럽월드컵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