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마무리를 지을 생각입니다."
22일 대구스타디움. 부천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있던 이영진 대구FC 감독의 의지는 결연했다.
상주가 먼저 환호했다. 전반 18분 부천 호드리고가 먼저 골망을 갈랐다. 무조건 '승리'를 바라봐야 했던 대구 선수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이 감독도 고개를 떨궜다. 전반 23분 대구의 레오가 균형을 맞추는 왼발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상주가 대구를 앞서고 있는 형국이었다.
대구는 조급했다. 부천의 압박과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쉽게 활로를 만들지 못했다. 이 감독은 노병준 문기한 김진혁을 차례로 내보내며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터진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는 등 지독히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1만3031명의 관중이 탄식을 내뱉는 가운데 결국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대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대구의 우승에 대비해 자리를 잡았던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은 챌린지 우승컵을 다시 상자 안에 넣었다. 우승컵의 주인은 90분 내내 속을 끓인 상주였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아쉽지만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도전을 할 뿐이다. 포기하지 않고 잘 준비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 감독의 대학(인천대) 후배인 송선호 부천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우리 팀도 한 시즌 내내 정말 노력했다.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이 감독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이날을 끝으로 K리그 클래식 승격 플레이오프 구도도 확정됐다. 대구가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가운데 수원FC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경남을 2대1로 꺾고 3위를 확정지었다. 원주종합운동장에서 강원을 상대한 서울 이랜드는 4대4로 비기면서 수원FC를 끌어내리는데 실패, 4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수원FC는 안방에서 이랜드와 준플레이오프 단판승부를 펼치게 됐다. 대구는 수원FC-이랜드전 승자와 안방인 대구스타디움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 경기 승자는 클래식 11위 부산과 홈 앤드 어웨이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운명이 판가름 난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