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Learn]훗날 "엄마도 배구선수였어"라고 당당히 외칠 女배구 마니아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11-18 15:01 | 최종수정 2015-11-18 17:43



16일 강원도 인제 인제다목적체육관에서 2015 전국학교 스포츠클럽 배구대회 경남 혜성여자중학교와 충남 장항중학교의 경기가 열렸다. 경남 혜성여중의 남아공 출신 타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6일 강원도 인제 인제다목적체육관에서 2015 전국학교 스포츠클럽 배구대회 경남 혜성여자중학교와 충남 장항중학교의 경기가 열렸다. 경남 혜성여중의 남아공 출신 타라가 경기 전 연습을 하고 있다. 인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6일 강원도 인제 인제다목적체육관에서 2015 전국학교 스포츠클럽 배구대회 경남 혜성여자중학교와 충남 장항중학교의 경기가 열렸다. 경남 혜성여중의 남아공 출신 타라가 경기 전 연습을 하고 있다. 인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6일 교육부와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2015년 전국학교스포츠클럽배구대회가 열린 강원도 인제다목적구장. "어이~파이팅." 오전 8시30분 체육관에 들어서자 중·고교 클럽 여자 배구 선수들이 경기 준비를 위해 몸을 풀고 있었다. 환한 웃음과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다. 진학을 위해 승부에 목매야 하는 엘리트체육이 아닌 클럽체육이기 때문에 연출될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답게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그런데 유독 밝은 표정으로 코트를 누비는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경남 혜성여중 2학년 타라양(14)이다. 남아공 출신의 타라양은 8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살고있다. 부모님이 경남 거창에서 영어회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타라양은 "초등학교 때 살을 빼려고 배구를 시작했다. 중학교에 와서도 선생님의 권유로 하게 됐다"며 "서브를 성공시킬 때 즐겁다"며 웃었다. 배구는 타라양에게 활력소이자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했다. 경상도 억양을 구사하는 타라양은 "한국에 처음 와서 말이 안 통하다보니 살짝 외로웠다. 그러나 배구를 하면서 친구들이 많이 챙겨준다. 배구를 통해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부모님은 배구를 그만하고 영어를 공부하라고 하신다. 사실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주위의 독려로 계속 배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배구를 하면 끈기와 열정이 생긴다. 그래서 공부에 도움이 된다. 성적도 약간 올랐다"고 말했다. 타라양에게 배구는 이제 자부심이 됐다. "훗날 엄마가 배구선수였다고 자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런 자부심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타라양의 배구 포기를 적극 만류했던 이는 오현환 경남 혜성여중 체육교사다. 오 교사는 "타라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지만 배구를 하면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모범적으로 생활한다"고 칭찬했다. 지난 10년간 혜성여중 배구클럽을 열정적으로 이끈 오 교사는 배구를 통한 여학생들의 지·덕·체 발달 함양에 힘쓰고 있다. 오 교사는 "요즘 학교폭력이 심하지 않나. 운동을 하게 되면 에너지를 발산하게 돼 성격도 밝아지고 체력도 길러지고 집중도 잘 한다. 대개 부모님은 운동하면 공부에 방해된다고 생각하시는데 이 학생들은 성적도 모두 올랐다. 학교에서도 훨씬 명랑하게 생활한다"고 전했다. 안정→공부→인성 중심으로 배구를 지도한다는 오 교사는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꿈꿨다. "한팀을 이루면서 느끼는 팀워크, 동료에 대한 배려심, 나아가서 이 친구들이 10~20년 후 엄마가 돼 전문적인 선수는 아니었지만 삶에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사진제공=대한배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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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스포츠클럽배구대회는 그야말로 여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 무대였다. 13일 개막식부터 여학생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12사단 군악대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된 개막식은 참가팀 학생들의 장기자랑과 UCC 콘테스트로 마치 축제였다. 여학생들은 14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문화행사에 재능기부 강사로 참여한 경희대 배구부 선수들의 원포인트 레슨 시간이 주어졌다. 경희대 선수들의 수려한 외모에 심취한 여학생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배구기술 향상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주연양(경남 대성일고 3학년)은 "속공을 배우고 싶어서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런데 나에게 경희대 오빠 세 명이 달라붙어서 가르쳐 주셔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올해 3월부터 배구의 매력에 심취한 정다은양(대성일고 3학년)은 "대학교에 가서도 배구를 취미생활로 하고 싶다. 나중에 엄마가 돼서도 '배구 에이스'였다는 얘기도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여학생들은 연약하지 않았다. 이수정양(전남 장흥여중 1학년)은 "여학생이 다소곳해야 한다는 이미지는 고정관념이다. 연약하지 않다. 배구는 다소곳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멋있는 플레이를 위해서 몸도 날리며 디그도 하고, 수비를 하기 위해 발목도 접지를 수 있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인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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