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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전북전을 마친 조성환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조 감독은 전북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제주는 왜 이렇게 열을 올리는거야?"라고 했을 정도다. 자존심 강한 조 감독은 안방에서 전북이 2년 연속으로 우승을 확정짓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홈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스플릿의 기로에 섰던 33라운드 같은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위안도 있었다. 선수들의 눈빛이었다. 제주는 이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됐다. 전북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경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 선수들은 전북전 승리를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조 감독이 시즌 초부터 강조했던 '이기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선수들에게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예쁘게 볼을 찼던 제주 선수들은 어느새 투사가 돼 있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이날 얻은 유일한 위안"이라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조 감독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직접 자신의 실책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할 생각이다. 그리고 두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성장해 가는 조 감독과 점점 바뀌어 가는 선수들, 올해 제주가 얻은 가장 큰 수확물이다.
서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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