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우승 내준 조성환 감독의 자책, 그리고 위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11-10 07:57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2015 36라운드 경기가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제주 조성환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서귀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11.08/

8일 전북전을 마친 조성환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조 감독은 전북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제주는 왜 이렇게 열을 올리는거야?"라고 했을 정도다. 자존심 강한 조 감독은 안방에서 전북이 2년 연속으로 우승을 확정짓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홈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스플릿의 기로에 섰던 33라운드 같은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0대1 패배였다. 조 감독은 자신의 선택을 자책했다. 교체 카드와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제주는 전북과 내용에서는 밀리지 않았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하며 무릎을 꿇었다. 조 감독은 자신의 판단 미스로 인한 패배라고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무엇보다 경기를 뛰기 위해 준비했던 리저브 멤버들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조 감독은 평소 열심히 준비해온 선수들을 우선으로 기용해왔다. 전북전에서는 한방이 있는 선수들에 미련을 갖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조 감독은 "이 한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선수들 볼 낯이 없다"며 미안해했다.

하지만 위안도 있었다. 선수들의 눈빛이었다. 제주는 이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됐다. 전북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경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 선수들은 전북전 승리를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조 감독이 시즌 초부터 강조했던 '이기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선수들에게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예쁘게 볼을 찼던 제주 선수들은 어느새 투사가 돼 있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이날 얻은 유일한 위안"이라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조 감독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직접 자신의 실책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할 생각이다. 그리고 두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성장해 가는 조 감독과 점점 바뀌어 가는 선수들, 올해 제주가 얻은 가장 큰 수확물이다.


서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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