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차두리, 그의 마지막 길은 드라마였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10-31 15:21


2015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전남드래곤즈의 경기가 정규라운드 최종전이 4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차두리.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4/

차두리(35·서울)의 마지막 길은 드라마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차두리가 최후의 홈경기에서 마침내 고대하던 국대 무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서울은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인천 유니이티드를 3대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 이후 17년 만의 우승컵이다.

주연은 단연 차두리였다. 그는 2013년 3월 은퇴를 접고 K리그에 둥지를 틀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방장'과 '방졸'로 동고동락한 최용수 서울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두 차례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첫 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올랐지만 광저우 헝다(중국)에 원정 다득점(홈 2대2 무, 원정 1대1 무)에서 밀리며 눈앞에서 정상 고지를 밟지 못했다. 그는 광저우의 그라운드에서 아픈 눈물을 쏟아냈다. 진한 아쉬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지난해 FA컵 결승전도 악몽이었다. 상대가 성남이라,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120분 연장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4로 무릎을 꿇었다. 눈물도 말랐다. 그는 성남의 우승 세리머니를 그라운드에서 지켜봐야 했다.

인천전은 마지막 홈경기였다. 서울은 11월 7일 상암벌에서 수원과 올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를 치른다. 그러나 차두리는 뛸 수 없다. 그는 25일 K리그 스플릿 두 번째 라운드 전북전(0대0 무)에서 경고를 받았다. 경고 3회가 누적돼 한 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래서 더 간절했다. 국내 무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였다. 삼 세번 만에 드디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일월드컵 직후 독일 분데스리가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10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한 후 두 차례 챔피언을 경험했다. 2010~2011시즌 리그컵과 2011~2012시즌 정규리그였다. 서울에서 FA컵 우승을 추가하며 프로 데뷔 후 3번째 챔피언에 우뚝 섰다.

그라운드에도 감동이 물결쳤다. 팬들은 경기 시작 전 '차두리 고마워'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동료들은 경기 전 주장 차두리를 위해 마지막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고 했다. 차두리도 '세 번의 실패는 없다'며 뜨거운 땀방울을 그라운드에 쏟아냈다.

차두리는 몇년 더 그라운드 누빌 수 있다. 35세지만 여전히 '차미네이터'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운 그는 쉴새없이 오버래핑으로 상대를 흔든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그는 팀이 위기에 빠지 5월 주장에 선임됐다.

차두리는 "팬들이 아쉬워하는 순간 그라운드와 이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상암벌에서 그의 축구 시계는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해피엔딩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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